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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박재완 이사장, “‘자유’ 필요조건, '공동체' 충분조건, 공동체 지키는 자유주의가 보수의 가치
 
2025-01-20 09:31:42

계엄폭풍에 갇힌 보수의 살길을 묻다 :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재완 이사장

공동체자유주의를 창안한 고 박세일 교수는 한국적 보수주의 이론을 정립한 정치학자이자 실천가로 지금도 수많은 제자와 지식인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는다. 공동체 자유주의를 핵심 가치로 보수주의 사상과 정책을 연구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재완 이사장을 만나 최대 위기에 처한 한국 보수진영이 나아갈 길, 위기 극복 방안을 물었다. 

- 국민 통합을 위해 국민의힘·민주당 모두 중도성향 후보 나와야
- 박세일, 국민 내세운 정치 포폴리즘 국민기만... ‘폭민주의’ 규정, 경계 경고

박재완 이사장은 16일 "난국 이후의 상황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마음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 통합과 갈등 해소를 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나오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12.3 계엄 이후 심화하는 우리 사회의 정치 양극화, 극단화 현상을 크게 우려한 박 이사장은 "이번 사태로 국제 신용도 하락과 국격 추락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경제와 민생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양 당 차기 대선 후보가 국민 통합을 위해 중도 쪽에 가까운 후보가 선택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보수의 가치에 대해 "인권과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법치를 확립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이고 사유 재산을 인정하고 자기 기여(노동)와 보상이 어느 정도 비례하도록 담보하는 제도가 시장경제"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지키는 것이 보수"라고 정의했다.

'공동체 자유주의'는 개인주의나 집단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공동체주의는 개인의 존엄, 가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라며 "자유주의는 필요조건이고 공동체주의는 충분조건으로,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가 공동체 자유주의"라고 강조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횡횡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을 크게 우려했다. 박 이사장은 "박세일 교수님은 실체적인 관점에서 포퓰리즘을 ‘폭민주의’라고 정의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겉으로는 국민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전 국민 25만 원씩 나눠주는 게 어떻게 국민을 위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21대 대선과 함께 이원집정부제로의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탄핵 인용 후 60일 내 대선을 치르지 않으면 위헌"이라며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에 전념하고 총리는 내치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윤 대통령 체포와 탄핵심판 등 계엄정국으로 혼란스럽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우리 국제신용등급 추락이고 국제적으로 국격이 추락하지 않을까, 내부적으로는 우리 국민들 우리 너무 진영 대결 양상이랄까, 갈등이 격화될 것이 우려된다. 법 해석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각론이 분출하고 있어서 (사회적) 규율, 규범, 기강이 좀 이완되지 않을가 걱정이다.

-. 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탄핵 심판 이후 수습방안이 마땅치 않다.

▲자유 우파 보수 진영은 격앙이 되어 있지만 또 반대편은 또 다른 입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갈등을  좀 순치하고 너무 감성적으로 대립하는 것보다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사태를 조망해야 한다. 난국 이후의 상황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마음을 합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역할을 할 지도자가 나오길 간절히 기대한다.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 고 박세일 교수님의 '공동체 자유주의' 관점에서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지키는 것이 보수라고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는 인권과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것이다. 개인의 존엄은 자유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를 규율하는 최소한의 약속이 법이다. 즉 법치를 확립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지난 250년 길게 보면 300년 동안 인류의 물질적인 풍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순전히 시장경제가 촉발한 혁신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사유 재산을 인정하는 것이고 생산성은 분업, 복식부기 등 혁신으로 크게 향상됐다. 사유재산을 부정하면 우리가 전부 하향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초래되는 불평등이 너무 확산되지 않도록 하고 또 원천적인 약자나 패배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각자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센티브, 유인과 자율 책임이 함께 담보되도록 해야 한다. 시장경제는 자기 기여(노동)와 보상이 어느 정도 비례하도록 담보하는 제도가 바로 시장경제다. 요약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그걸 지키는 것이 보수주의라고 정리할 수 있나.

 -. 공동체 자유주의는 무엇인가.

▲우리의 한강의 기적,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간 신생 독립국이 된 그 기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라는 것이 바탕이 돼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하고 거의 차이가 없던 북한과 우리가 현재 삶의 질이 이렇게 달라진 것은 보수가 지향하고자 했던 그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보수가 지키려고 하는 가치다. 

‘공동체 자유주의’는 박세일 교수님이 그렇게 딱 쓰지는 않았지만 저는 약간 더 그걸 발전시켜서 공동체 자유주의의 필요조건은 자유주의, 자유이고 충분조건이 공동체주의다라고 본다.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 그것이 공동체 자유주의다.

일부 오해가 있는데 공동체주의는 전체주의, 집단주의와는 다르다. 공동체주의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존엄 가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고 강제적인 강요가 아니고 자율과 교육, 설득을 통해 강조하는 것이다. '낮은 길'이 아니라 '높은 길'을 지향하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 자유주의는 아담 스미스가 얘기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가만 놔둬도 시장 경제가 잘 되는 게 아니고 자기의 탐욕을 어느 정도 절제하고 남에게 미칠 폐해를 줄여주려는 그런 인간 본성, 측은지심 그런 것이 함께 발현되어야 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게 된다.

사실 우리는 지금 자유가 취약하다. 다수결, 관행, 권력, 여론으로부터 개인의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자유가 전혀 보장이 안되고 있다. 개인의 선택, 소신을 억누르는 전체주의 문화와 맞닿아 있다.

또 최근에 와서 공동체 정신도 굉장히 퇴조했다. 각자도생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와 비슷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개인의 가치, 소신을 존중하고 다른 한편은 공동체를 위해서 절제하고 경청하는 덕목을 고양시켜야 한다.

-. 박 교수님이 밝힌 민본적 민주주의는 약간 추상적으로 들린다. 

▲저는 흡혈박쥐 예를 자주 든다. 흡혈박쥐가 사실 유연하고 열린 협력공동체다. 꿀벌이나 개미 같은 게 아주 친숙하고 모범적인 공동체로 생각하는데 자세히 보면 꿀벌이나 개미는 그 지배자가 독재 체제이고 세습이 된다. 또 병정개미, 일개미로 나뉘어져 있어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계급 신분 사회다. 꿀벌이나 개미는 전제 군주, 세습 사회라고 보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본 받아야 될 협력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자들에 따르면 흡혈박쥐는, 좀 으스스하지만 밤에 동굴에서 나와 먹이활동을 할 때는 아무런 규제가 없고 굉장히 자유롭게 자기의 능력과 경험, 그 노하우에 따라 자유롭게 먹이활동을 하는데 그 먹이활동한 뒤가 상당히 놀랍다. 

먹이활동한 후 귀소(동굴로 돌아옴) 후에 포식한 박쥐가 먹잇감을 잘 찾지 못해 굶주린 박쥐에게 자기가 먹은 걸 토해준다고 한다. 특히 흡혈박쥐는 이처럼 자선을 베푸는 개체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다음 날은 처지가 서로 뒤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흡혈박쥐는 900여 종의 박쥐 중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화한 종으로 손꼽힌다.

제가 말하는 것은 대기업 진입금지 업종을 만들어 너무 강하게 추진하면 다 하향평준화가 되고, 열심히 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하게 하고 세금으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또 마치 배부른 박쥐가 굶주린 박쥐에게 토해 먹이는 것처럼 기부나 봉사활동 등 전체 국민들이 공동체를 위한 공동체 정신, 공화주의로 무장이 되어야 한다. 충만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는 2016년 6월 전 국민 1인당 월 300만 원씩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국민투표를 한 결과 77%가 반대해 부결됐다. 반면 2015년 그리스가 부도나기 직전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평균 100.2%였다. 참고로 독일은 소득대체율이 48% 정도였다. 당시 그리스는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소득대체율 축소를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국민 61%가 반대해서 부결됐다. 그래서 부도가 났다.

스위스 사람들과 그리스 사람들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저는 국민 의식에 공동체 정신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시장경제가 원만하게 작동하고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가의 척도가 된다고 본다. 최근 좀 흔들리긴 했지만 1987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당히 보강이 되어 왔다. 문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만 돼 있지 실체적 민주주의는 아직까지 갈 길이 좀 멀다.

민본적 민주주의는 그런 관점에서 박세일 교수님이 실체라는 뜻에서 민본(民本), 국민을 중심에 둔 민주주의라는 표현으로 쓴 것이다. 

그런데 저는 지금 우리나라에 횡행하는 정치적인 현상인 포퓰리즘이 굉장히 걱정스럽다. 장래까지 내다보고 그 후세대를 보면 이게 민본이냐, 겉으로는 국민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런 뜻으로 실체적인 관점에서 포퓰리즘을 박세일 교수님은 ‘폭민주의’라고 정의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 공동체 자유주의의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가 안 맞는 개념이라고도 하는데.

▲네. 동그란 삼각형?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뭐 그런 식으로 좀 혼란스러워한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명확히 하기 위해 몸통은 자유주의고 그 수식어가 공동체주의다라고 설명한다. 공동체 자유주의의 핵심은 자유에 있다. 자유가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자유만 갖고 부족하기 때문에 보강하는 것이 공동체주의, 즉 충분조건이다.

-. 이번 계엄사태가 우리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이걸 계기로 해서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는 사실 너무 짧은 기간에 급성장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이른바 인스티튜셔널 메모리(institutional memory:제도적 기록)가 축적이 안 돼 있다. 

예를 들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또 뭘 할 수 있는지. 공수처의 수사권한은 어디까지인지 등 어떻게 보면 아주 짧은 기간에 빨리 발전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행착오로 불가피한 면도 있다. 그래서 인스티튜셔널 메모리를 잘 정리해서 이후에 다른 혼란스러운 상태가 오면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해야 할 일과 안 해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하나는 국민통합이다. 제일 중요하다. 다음 대통령이 되시는 분이 양 진영의 갈등을 순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도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갈등 순화에 나서야 한다. 

- 대선 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선 전 개헌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탄핵 인용 후 60일 내 대선을 치르지 않으면 위헌이다. 다만 개헌은 반드시 해야 한다. 국민도 그렇고 정치권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 개헌을 전제로 권력구조는 어떻게 되어야 하나.

▲전 세계를 살펴보면 선진국 중에서 순수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이원집정부제는 프랑스나 독일 등 일부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는 의원내각제다. 우리는 의원내각제에 대한 불신이 커서 절충한 이원집정부제가 적당하다고 본다.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에 전념하고 내치는 총리가 책임지도록 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의원내각제와 양원제 주창론자이다. 상원이 있어야 하원에서의 격돌과 갈등을 순화시킬 수 있다. 물론 정치, 정치인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 쉽지 않지만.

-. 조기대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보수진영 후보에 적합한 인물은.

▲최선의 후보가 주요 정당의 최종 주자로 선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웃음) 현실적으로 본다면 본선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 중도 확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강성 보수보다는 좀 더 중도 쪽에 가까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은 양당 모두 그런 후보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국민들은 지금처럼 막장같은, 살 떨리는 상황을 안봐도 되고.

-. 박세일 교수님 8주기 심포지엄을 하는데.

▲우리 박세일 교수님 생각을 존중하고 따르는 3,40대 학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더 새로운 생각’이 주축이 되어 행사를 진행한다. 박 교수님이 강조하신 후사(後史), 계속 후속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서 젊은 친구들에게 이니셔티브를 넘기고 있다.

-.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씽크탱크, 특히 보수성향 연구소가 열악하다.

▲죄송하고 반성해야 할 점이다. 아예 이런 쪽에 관심없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 우리나라 싱크탱크 토양이 참 척박하다. 선진국은 기업들도 싱크탱크에 상당히 후원을 많이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야당으로부터) 정치적인 공격을 받을까 봐 두려워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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