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The 새로운 생각’ 정재욱 위원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이 선거 승리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매몰돼 국민을 위한 정책 수립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게 정 위원장의 진단이다.
3040 전문가들이 결성한 ‘The 새로운 생각’은 한국 정치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했다. 선거와 무관한 싱크탱크에서 각 어젠다별 장기적인 정책을 연구하고 이를 제안하겠다는 포부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생각으로 정책 공백을 메운다는 뜻에서 이름도 ‘The 새로운 생각’으로 지었다.
정 위원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제4회 변호사시험 출신으로 법무법인(유한) 세종 소속 변호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 파트너 변호사로 있다.
정 위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대변인,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 황우여 비대위원장 특별보좌역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의 디지털혁신분과 위원, 국가보훈부 보훈심사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 위원 등의 역할도 맡고 있다.
-‘The 새로운 생각’은?
“올해 7월 출범했다. 3040 중심의 교수, 변호사, 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모여 영역별 아젠다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그룹이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올해 창립 18주년을 맞았다.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3040 전문가들이 모여 한선재단의 뜻과 지혜를 물려받으면서도 새롭고 젊은 생각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모였다. 이름도 한국 사회에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자는 의미로 지었다.”
-3040 중심으로 모인 이유?
“한선재단 6070세대에는 장·차관, 비서관 출신 등 연륜 깊은 분들이 많다. 그런데, 3040세대는 거의 없더라. 6070 분들의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젊은 세대의 열정과 새로운 생각을 조화롭게 어우르고자 3040 중심으로 모였다.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가며 공익적 목적으로 사회 참여, 사회 기여를 희망하고 힘을 보태자는 분들이 모였다고 보면 된다.”
-누가 참여하나?
“제가 위원장을,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님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간사로는 카이스트 박태정 교수님이 계신다. 이 외에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님, 김민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님, 박민정 금오공대 교수님, 김정현 변호사님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치로 삼았다. 어떤 개념인가?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중요시하되, 공동체적 가치도 고려한다는 개념이다. 박세일 교수님의 『국가 재창조 3대 전략』, 『공동체자유주의』에 따르면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를 의미한다. 개인의 자유 보호와 확대를 기본 목표로 하되, 설득과 교육을 통해 공동선에 대한 이해도 함께 높여 개체와 공동체의 동시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철학·이념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많은 사람이 지나친 경쟁이 나쁘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인류는 경쟁을 통해 성장·발전해 왔다. 개인의 능력과 재능은 모두 다르다.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며 경쟁을 통해 성장을 이뤄낸다는 자유주의적 시각에, 능력과 열정이 있지만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을 국가·공동체 차원에서 배려해야 한다는 공동체주의가 합쳐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므로, ‘중도 실현’과 맞닿아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정책이 실종된 게 가장 큰 문제다. 단기적인 당리당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네거티브 문제로 가게 된다.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면서 우리 삶에 더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정책을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다투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책, 민생보다는 단기적 선거 승리를 위한 포퓰리즘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젠다별 장기적인 정책을 내놓는 시스템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 정치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했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난해 여야 정당 정책 연구소가 출간한 연구 보고서 절반이 10페이지 미만이다. 이슈 리포트 정도에 불과한 분량이다. 정당 정책 연구소의 정책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단기적 목표에만 집중하는 구조가 됐다. 장기적인 국가 비전이나 가치가 뭔지, 그것들에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박세일 교수님께서 ‘보수는 철학이 없고 진보는 정책이 없다’고 하셨다. 지금 보수·진보를 떠나서 정책이 실종되고 있다.”
-‘The 새로운 생각’은 무엇이 다른가?
“정당은 선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과제들이 쏟아지는 상황에 인력·예산 부족 문제도 있다. 민간 싱크탱크는 선거와 관계가 없다. 비정파적인 우리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정책을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한선재단이 그동안 만들어 온 지혜와 경험을 존중하고 흡수하며 이어 나가다 보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 연구소 등의 미국 싱크탱크들은 엄청난 양의 정책 리포트를 낸다. 그 리포트는 정치권에서 채택돼 국가 정책으로 나온다. 그런 것처럼 정책의 공백을 우리가 메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The 새로운 생각’을 만들었다.”
-‘보수정당의 위기와 정책 싱크탱크’라는 주제의 창립 세미나를 시작으로 매달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제안보, 인공지능(AI)에 대해 다뤘다. 앞으로 어떤 주제를 다루고자 하는가?
“이달에는 ‘기업 거버넌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다루었다. 다음달 저출생, 12월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관련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디지털 격차 문제 등도 생각하고 있다. 10월에는 기업 거버넌스 중에서도 특히 상법의 ‘이사 충실의무 개정 문제’ 등을 세부적으로 다뤘다. 9월에는 경희대 이경전 교수님이, 10월에는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님이 특별 강연을 해주셨다. 앞으로도 각 어젠다에 맞는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마음이 맞으면 저희 위원회와도 함께 하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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