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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집값 양극화 못 잡으면 尹 지지층 돌아설 것”
 
2024-09-20 14:54:28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국가는 주택을 많이 공급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 그것이 최선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이것이 모범 답안이라면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오답에 가까웠다. 집권 5년 동안 28회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각종 규제로 시장에 개입해 조세 부담을 늘려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울 집값은 사상 초유의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집값 때문에 부의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졌다.

이를 거울 삼아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나 질 좋은 환경에서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규제를 줄이고 공급을 대폭 늘리는 부동산 공약을 내걸었다. 이중과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와 재산세 통폐합’, 전월세 가격 급등을 부추기는 ‘임대차 3법 전면 개정’이 대표적이다. 1주택자 취득세율 단일화, 조정지역 2주택 이상 취득세 누진세율 완화, 공정시장가액비율 95%로 동결, 보유세 부담 완화, 공시가 2020년 수준 환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 최장 2년간 배제 등도 공약에 넣었다. 또 신규 주택 250만 가구, 역세권 첫 집 20만 가구, 원가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재건축 및 재개발 공약으로는 지은 지 30년 이상 된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 면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 등을 내세웠다.

고금리 충격에도 집값 급락 막은 尹정부

이 같은 기조 덕분에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서울 주택 가격은 차츰 하향 안정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2022년 한국은행이 미국의 압박으로 금리를 갑자기 올려 집값이 급락할 뻔했지만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해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장 잘한 일로 2022~2023년 급격히 오른 고금리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급락할 위험을 막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대선 공약들이 난항에 부딪혔는데도 여러 규제를 발 빠르게 완화해 국민의 세부담을 덜어줬다”고 평했다.

지난해에는 집값이 전셋값 밑으로 내려가는 역전세난이 일어났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과 전국에서 터진 전세사기 사건으로 억울한 세입자가 속출했다. 이에 정부는 전세보증금반환대출 연계 특례반환보증 개시 등 여러 정책으로 대응하며 시장의 파국을 막았다.

한동안 안정적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8월 둘째 주에는 전주보다 0.32% 상승하며 5년 11개월 만에 주간 기준 최고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와중에도 최신식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서초구에서는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속속 나왔다.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똘똘한 한 채’가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는 자산임을 알게 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해 큰 시세차익을 얻은 사업가 고모(38) 씨는 “지방에 있는 1억 원짜리 아파트 100채보다 서울에 100억 원짜리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는 게 여러 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용만 교수는 “주택시장이 연착륙에 성공한 후, 정부는 빠르게 정책 스탠스를 변화해 주택 가격 안정이 지속되게끔 만들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쳐 일부 지역에서 시장 불안을 막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에는 3년째 제자리걸음인 것도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폐합’과 ‘임대차 3법 전면 개정’이 그런 예다. 이를 시행하려면 법 개정이 불가피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종부세와 임대차 3법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부세는 같은 주택에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보유세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할 때 치솟는 집값을 잡으려고 부동산 대책을 강구하다 만들어낸 세금이다. 세계 어디에도 종부세와 재산세를 같이 부과하는 나라는 없다. 이름은 종합부동산세지만 부동산의 대표 주자인 건물과 땅은 배제해 실상은 ‘종합아파트세’다. 40년 경력의 한 조세 전문가는 종부세를 두고 “보편성, 공평성, 충분성, 세원 보전 등 조세 원칙에 하나도 맞지 않는, 조세의 이름을 빌린 정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폐지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해법부터 재건축 지원까지

임대차 3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전월세 시장과 임차인의 주거 여건을 안정화하려고 만든 제도다. 임대차계약 체결 후 세부 내용 신고를 의무화한 전월세신고제, 전월세를 연간 5%까지만 올릴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2년을 더 연장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2+2년 계약갱신청구권제를 통칭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시행 전부터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국가가 시장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이 법이 발효되면 갱신 계약이 끝나는 4년 뒤 전월세가가 폭등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간과했지만 당시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 3법이 4년이 지난 지금 전세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책 전문가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전세 가격을 더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연구 논문으로도 발표됐다”고 했다. 그의 보충 설명을 들어보자.

“해당 논문에 따르면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전세시장 불안정성을 야기했다. 계약갱신 청구로 2년마다 오르던 전세 가격이 4년마다 오르는 것이니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이 덜할 거라 여긴 것 같은데, 4년마다 올릴 때는 그동안 올리지 못한 액수를 반영해 더 올리기 때문에 상승폭이 2년마다 올릴 때보다 더 커진다. 그런 변동성을 크게 만드는 것은 모두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입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8월 8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8·8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에 신축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고 서민 주거 안정에 필수적인 빌라 전·월세 불안을 덜기 위한 여러 방안도 망라했다. 단기등록임대 제도를 도입해 1주택자가 빌라를 매수하더라도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고, 일정 공시지가 이하 소형 빌라는 양도세, 취득세, 종부세 걱정 없이 매수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2년 12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2700여 채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이후 서울의 화곡동, 경기 안양·수원, 부산 등 전국적으로 이어진 전세사기 사건은 대부분 비(非)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이에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쏠림현상이 나타나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아울러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이한 재초환)제도를 폐지해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속도를 내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9월부터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스트레스 DSR’(대출 이용 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제도)을 적용하고, 제1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도 규제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 해소책으로 시알 리츠(CR-REITs·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서 생긴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누어주는 펀드)도 도입했다. 부동산학자들은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로 입법을 해야 할 사안이 많아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린벨트 해제, 단기 대책으로 부적합

송인호 KDI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비아파트 중심으로 공급 정책을 표방하고 안정적 공급 의지를 보여주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평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이후에도 최소 7년 이상 보통 8~9년이 걸린다”며 “단기 대책으로는 부적합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수연 교수는 정부가 잘한 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리츠 활성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전세사기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대출 도입,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꼽았다. 반면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서민에게 고충을 전가하는 대출 규제, 서민들을 위한 자가보유촉진정책과 장기 대책 부재 등은 개선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주택 수요자를 위한 정책은 많지만, 주택공급자를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이 아쉽다. 임대인을 위한 정책이 임차인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집값 양극화가 더 심화하면 지지층이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주택정책으로 집값 양극화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싶어 하는 곳에 거주할 만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본다. 서울 강남을 대체하는 대체지를 많이 만들고, 해당 지역에서 좋은 품질(좋은 환경도 포함)의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노동 양극화,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 지역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일로, 위에서 이야기한 주택정책으로 집값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송인호 위원은 집값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청년세대의 갭투자 완화를 위해 청약제도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현 청약제도하에서는 청년이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전면적인 1가구 2주택 장려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때 1주택은 수도권 광역도시, 나머지 1주택은 비수도권 지방에 소유할 수 있게 전면적으로 허용하면 국토 균형발전에도 한몫할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급증을 막으려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단기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에 대출 규제만으로는 장기적으로 효과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해외 부동산정책에 해박한 정 교수의 말이다.

“가계대출 규제 소용없다. 곧 다시 오른다. 공급만이 해답이다. 상속세 없는 미국,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라. 세제 완화하고 거래가 활발히 되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질 좋은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적극 지원’을 약속한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아파트 단지에서 최근 잡음이 들린다. 당초 예상보다 액수가 큰 재초환 부담금이 논란을 불렀다.

9월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의 재초환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총 31곳. 이 단지 조합원 1인당 평균 부과 예상액은 약 1억6677만 원이다. 그 액수가 4억5000만 원에 달하는 단지도 서울에서 나왔다. 조합원 1명당 재초환 부담금을 1억 원 이상 내야 하는 단지가 전체의 60% 이상이다. 재초환 부담금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부과할 금액의 예상액을 추정해 각 단지에 통보한다. 지난해 법 개정 이후 새롭게 산정된 단지별 재초환 부담금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억 소리 나는 부담금에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옛 반포현대)의 한 조합원은 “최종 통보금이 과도할 경우 행정소송 제기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포 한신아파트 조합원들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재초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의견을 고려해 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재초환 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도로 1기 신도시 한 재건축 통합단지가 당초 4곳에서 2곳이 통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화근이 됐다. 내부에 갈등이 발생할 때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방법을 묻자 이용만 교수는 “투명한 정보 공개, 전문기업에 의한 사업 대리”를 권했다. 정 교수는 좀 더 현실적 방안을 알려줬다. 해법은 이렇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 내 의견 균열이 있을 것이라는 건 처음부터 다 예상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이해당사자가 의견을 조율해야 할 때는 전문 협상 교육을 받은 ‘협상가’를 공무원으로 고용해 투입한다. 이해 당사자들끼리 모아놓고 싸우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매개 역할을 할 전문 협상가를 투입하는 것이 논란, 충돌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3년차에 들어선 올해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은 희망적일까. 정 교수는 “대출 규제를 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장이 멈췄다”며 “서울은 잠시 주춤하겠지만 하반기 미국 금리인하 요인이 있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어진 말이다.

“비수도권은 하반기 더욱 침체될 것이다. 대출 규제로 안 그래도 위축된 시장이 더 위축되고 있다. 수도권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침체 일로에 있는 비수도권 지역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하반기에 미국 금리인하는 비수도권 주택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경매로 넘어갈 위험에 처한 집들을 누군가가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런 의미에서 ‘하반기 금리인하가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지방 미분양이 이렇게 계속되다가는 건설사가 건설 노동자에게 임금을 못 주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오지는 않게 해야 한다. 건설 노동자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 저소득층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용만 교수는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대해 “들쑥날쑥 출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규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공사비 급증, 미국 금리의 인하 예상 등은 주택가격의 불안 요인이다. 단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금융 규제다. 그러나 금융규제는 실수요자의 좌절을 유발할 수 있고, 그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요인에 따라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 규제로 인해 단기적으로 가격이 안정되다가 다시 가격이 불안해지는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남은 퍼즐은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결정일 것이다.”

송인호 위원은 “하반기에 부동산시장 양극화의 고착화가 진행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현 상승세가 유지되나 강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서울 이외 지역은 0% 하회하는 선에서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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