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3 10:38:31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5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이제는 돈으로 아이를 낳게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 장기적으로 사회 문화를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윤진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환경과 문화,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보육 정책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이제 한계가 왔다고 본다. 기업에서 육아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 급여 인상, 차별 금지 등이 지속적으로 두터워질 때 일하면서 아이 낳을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라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가 존중받고 가족친화적인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잡도록 배려하는 제도와 문화가 정착할 때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한국 저출산 상황은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에 이미 진입했고 합계출산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다.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명에 진입했으며 올해에는 0.7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심각한 국가위기상태라고 볼 수 있다.”
Q. 저출산 원인은 무엇인가
“저출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양성평등 문제, 노동시장 불안정성, 사교육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출산 전제 조건인 결혼까지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왜 결혼하지 않는가를 생각해보면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사회 구조에서 결혼을 망설일 수 밖에 없고, 설령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살기 팍팍한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
쉴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있어야 하고, 돈벌이가 안정적일 때 그나마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사회에서 환영받는 느낌, 제도적 지원 뿐 아니라 내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이 존중 받을만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문화가 매우 부실하다.”
Q. 정부가 수많은 저출산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저출산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 시기를 지나 복지제도 구축을 단기간에 하게 되면서 성숙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상보육의 도입, 수당 지급 등 많은 부분들을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확장해왔다. 이제는 이런 제도 구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출산 지원을, 아이를 낳은 후에는 둘째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런 결심을 위해선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분위기, 내 주변을 믿고 신뢰한다는 확신, 내 아이가 살만한 좋은 사회라는 믿음 등 무형적 가치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이제 장기적으로 보고 이런 것들을 사회에 안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움직임도, 내 주변 커뮤니티 결속도, 모든 사람이 최고로 존중받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지원돼야 한다. 이제는 투트랙으로 저출산 대책이 움직여야 하고, 주택 지원, 보육지원 같은 것만 늘린다고 저출산이 해결된다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
Q. 재정적 지원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보는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당연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재정 지원 때문에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를 낳게 만들고 싶어지게 하기까지의 정책, 출산 후 육아에 대한 보조 등 두 가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돈을 쏟아붓는다고 누가 애를 낳겠는가. 만약 아이를 낳으면 연 1억을 10년간 준다면 출산 커플들이 많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는가.
따라서 이제는 돈으로 아이를 낳게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 장기적으로 사회 문화를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 노키즈존 같은 것이 일상화가 된 사회에서 누가 아이 낳는 것을 당당하고 환영받을 일이라고 생각하겠는가.”
Q. 저출산 해결을 위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지
“저출산 해결 대책은 시간 지원, 재정 지원, 서비스 지원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지원은 육아휴직, 출산휴가, 돌봄 휴가 등의 지원 활성화이며, 돈에 대한 지원은 난임치료비 지원, 아동수당 및 보육수당, 출산지원금 등이다. 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보육 및 교육서비스, 돌봄서비스에 대한 지원이다.
이런 것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편안하고 부담되지 않으며 가능한 사회를 전제로 한다. 돈을 벌어야 애를 키울 것이 아닌가. 결국 노동시장의 문제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일하고 애 키우는 것은 누구나 힘들다.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재정적 지원 뿐 아니라 이런 상황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동반돼야 한다. 근로시간에 대한 배려, 음식점 입장에 대한 배려, 가족 중심의 여가 문화 조성 등 여러 가지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Q. 집값 상승과 저출산 문제가 상관 관계가 있다고 보는지
“OECD 국가 대상으로 주택 가격, 주택 보유와 저출산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데, 아직까지 중간 단계 연구 결과에서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집값 안정화 대책이 저출산 해결책이라고 언급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다만 주택을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안정된 주택 공급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필요한 것은 맞다.”
Q. 근로시간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근로시간이 장시간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것들로 근로시간이 저출산에 영향을 무조건 미친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근로시간이 줄어야지 아이를 낳는다고 보기보다는 어떻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과 국가가 배려할 수 있는지, 근로 형태에 대한 유연함이 어느 정도인지 등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Q. 현재 한국 기업 문화나 환경이 저출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한국의 기업 문화나 환경은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기업간 격차는 문화와 환경의 격차를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에 따라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있고 못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여실히 보여준다. 3년간 육아 휴직을 쓰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를 낳고 다음날에 일을 하러 가는 사람도 있다.
전반적으로 아이 친화적인 기업 문화로 진입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하면서 양성평등적 요소를 반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출퇴근 문화에 엄격하거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는 것에 관대하지 않은 것 같다. 선도적인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이러한 것들이 문화적 요소로, 제도적 요소로 확산되길 바란다.”
Q. 사회적 환경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 사회 환경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미국 한 마을에 가보니 맥주집마다 키즈 메뉴와 아이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술집은 젊은이들이 와서 데이트를 하고 흥청망청 술 마시고 즐기는 공간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문화가 당연시되고 있다.
아이 중심 문화로 작은 것들부터 바뀔 때 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키즈존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많은 요소가 우리나라에 이미 많이 퍼져 있다. 당장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사소한 것들부터 고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Q. 정부와 기업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은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출산 장려 제도가 있고, 잘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다. 보육 정책으로 아이 낳는 것을 유인하는 것에는 이제 한계가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에서 육아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 급여 인상, 차별 금지 등이 지속적으로 두터워질 때 일하면서 아이 낳을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가 존중받고 가족친화적인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잡도록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제도와 문화가 정착할 때 우리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결혼이 전제돼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빛을 본 아이들은 모두 존중받고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문화 및 제도가 확립되고, 이를 정부와 기업이 모두 존중하고 배려할 때야 비로소 유교 중심적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서 출산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