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9 14:15:05
“사법시험 합격한 사람은 어떤 사건이 벌어진 다음, 잘잘못을 따져 뒤처리하는 일을 주로 한다.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 한국에는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다. 후진국에서 이제 막 벗어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게 선진국을 물려줄 것이냐 하는 과제가 여러분 어깨에 달려 있다. 공직자가 돼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무슨 정책을 펴야 하는지,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보다 앞장서 고민하기 바란다.”
1982년 갓 입학한 서울대 법대생들 앞에서 역시 갓 교수로 부임한 박세일 교수가 한 말이다. 박 교수는 “여러분은 우리 사회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살게 되고, 교육 시스템이 잘 작동했기에 여러분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보답하며 살아라” 하고 말했다. 사시를 보려 법대에 진학한 전국의 수재들에게 행정고시를 권한 것이다.
당시 학생 중에는 김재정 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나경원 전 국회의원, 박수영·송언석 의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수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최병환 전 국무조정실 차장,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 교수의 진정 어린 호소에 감동받아 ‘법경제학회’를 만들었고, 사시에서 행정고시로 진로를 바꿨다. 현재도 각계에서 맹활약하는 김용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이사장, 김학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류순현 전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부시장, 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 신창동 전 포스코에너지 부사장,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정경순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등이 그들이다.
박 교수 본인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창립을 주도했고, 2006년엔 개혁적 보수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을 만들어 공동체자유주의라는 이념으로 한반도 통일과 선진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연구?교육했다. 당대 최고의 지성과 양심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그러모아 나라의 미래를 설계했다.
40년 전 박 교수가 심은 인재 꿈나무가 꽃을 피울 때가 됐다. 꽃뿐만 아니라 향기도 발했으면 좋겠다. 현 정부에 참여하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도 한선재단 이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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