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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尹, 文정부 친중정책 폐기하고 전통적 한·미관계 복원을”
 
2022-04-27 09:53:54
이용준 前 외교부 북핵 대사

文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총체적 실패
헛된 노력 기울이다 北에 배신감 안겨
北, 核포기 의사 없고 제재해제만 노려
사드 추가 배치 등 실질적 대비 힘써야
對中 ‘3불 약속’ 주권 포기한 굴종외교

美·中 디커플링은 한국경제 도약 기회.

한반도 정세가 살얼음판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13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4년 전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모라토리엄(ICBM 발사·핵실험 유예)을 깨더니 이제 7차 핵실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제 “어떤 세력이든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는 5년 전 북·미정상이 말 폭탄을 주고받던 ‘화염과 분노’의 시기로 회귀한 듯하다. 신냉전도 악화일로다. 미·중 간 패권경쟁은 전방위로 확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날 기미가 없다.

다음 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방지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한미협회 상근부회장인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 대사는 “김대중정부 때 연평해전, 이명박정부 시절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졌는데, 한국군이 복잡한 교전규칙 탓에 곧바로 응전을 할 수 없음을 알고 북한이 맘 편하게 선제공격을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정부 때부터 현장 지휘관이 상부 허가 없이 응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이후 북한은 섣불리 공격하지 못한다”며 “전쟁을 각오하고 대비하면 전쟁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뷰는 20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평가해 달라.

“두 가지 이유다. 첫째, 한국과 미국에 제재 해제, 경제 원조를 위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는 미사일과 핵무기 기술을 완성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아직 수소탄 제조, 핵무기 소형화, ICBM 재진입 기술 등을 완성하지 못했다. 북한은 미 정권교체기에 예외 없이 도발했으나 남한 정권교체기에는 드물다. 최근 도발은 지난 수년간 도발 자제 전략이 제재 해제 달성에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에 북한이 전략을 바꾸는 과정의 일환인 것으로 판단된다.”

―위기가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북한의 도발 재개는 유엔 제재를 해제해 경제난을 극복하고 안정적 핵보유국이 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이 어려울 때마다 강경책을 쓰는 것은 과거 여러 차례 이런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북한의 강경 압박전략에 동요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 도발에 대해 사안에 따라 무시하거나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는 대응전략이 최선의 평화적 대안이고 현실적으로 더 나은 방안은 없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정책은 무엇이 잘못됐나.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국제규범에 반하는 그릇된 목표를 설정하고 그릇된 수단을 이용해 이를 달성하려 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시점에 한국 정부는 정반대로 남북관계 진전을 절대적 정책목표로 설정했다. 북한의 환심을 사려고 국제사회의 대의와 원칙에 역행하는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을 집요하게 추진했다. 5년 내내 헛된 노력을 기울이다 북한에는 배신감만 남겨 주고 국제사회에서는 왕따를 당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윤석열정부가 지향해야 할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새 정부의 과제는 지난 5년간 친북, 친중 일변도 정책으로 허물어진 이 나라의 국가안보와 대외관계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한·미동맹과 양립할 수 없는 친중정책을 폐기하고 전통적 한·미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대북정책을 정상화해 흐트러진 국가안보와 군사적 대비태세도 바로잡아야 한다.”

 

―신냉전을 극복하는 방안은.

“한국은 과거 한·미동맹에 충실하면서도 중국과 좋은 실질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그 당시의 관계로 돌아가면 된다. 중국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중국에 굴종하는 건 전혀 다르다. 중국의 부당한 압박에 대해서는 상호주의적 대응을 하는 게 주권국으로서 당연한 처신이다. 신냉전은 날로 악화하는 추세다.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 진영으로 헤쳐 모이고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도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 행동을 함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새 정부가 ‘3불 약속’(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금지, 한·미·일 군사협력 금지) 폐기를 결행하면 중국이 반발할 텐데.

“대중 3불 약속은 국방 주권을 포기하는 수준의 굴종 외교다. 한국이 중국에 굴종할수록 더욱 큰 압박과 홀대를 받게 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방어 무기인데 중국이 반대할 권리는 없다. 중국도 동해안에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을 무려 5개 포대 이상 배치하고 있다. 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는 경기 오산·평택 미군기지 정도까지밖에 보호하지 못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방어를 위해 북부지역, 예컨대 대전이나 충북 청주 등에 1∼2개 포대를 더 배치해야 한다. 한·미·일 군사훈련도 연례적으로 시행하고,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가입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보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호주와 대만도 중국의 압박과 제재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는데, 오히려 무역흑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도 중국과 경제관계가 많으나 남중국해에 함대를 파견해 중국과 각을 세우고 중국 인권 문제도 빈번하게 비판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자주적 대외정책 관행이다. 경제관계는 상호적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비메모리 반도체 강국인데 중국이 섣불리 제재에 나섰다가 자국의 전자산업을 망가뜨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중 디커플링은 한국 경제가 도약하는 기회일 수 있다. 디커플링이 고도로 진행될 경우 우리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북핵 문제를 푸는 해법은.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고 부분적 핵 감축 대가로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협상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적 협상을 통한 비핵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방향을 바꿔 북한 핵무기에 대한 실질적 대비태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대응책으로 독자 핵무장, 미 전술핵 배치, 핵 공유 등이 거론되는데 탁상공론의 측면이 많다. 사드 추가 배치를 포함해 미사일방어망을 대폭 확충하고 북한을 압도할 만한 수준의 재래식 군사력을 구축해야 한다. 핵우산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일본이 미국 7함대 모항을 유치했듯이 미국 핵잠수함이 한국 항구에 수시로 기항토록 하는 것도 대안이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역대 정권들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각종 협의, 협력사업, 경제지원 등 별의별 시도를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우선 퍼주기 위주 대북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대북지원 위주의 통일부 기능과 남북협력기금도 개혁이 필요하다.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남북화해도, 비핵화도, 통일도 불가능하다. 장기적 시각에서 북한의 변화를 위한 개혁·개방과 인권 개선 추진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북한을 변화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분단시대 서독의 대동독 지원 ‘3불 정책’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이 정책은 동독의 요구가 없으면, 투명성이 없으면, 상응 대가가 없으면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빌리 브란트 총리 때부터 20년에 걸쳐 이어졌다. 성과는 대단했다. 서독은 경제 원조 때마다 인적교류를 조건으로 내걸어 연간 100만∼200만명이 국경을 오갔고, 동독에 수감된 반체제인사 수천 명을 몸값(1인당 평균 3만달러)을 지불하고 서독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이처럼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했으니 통일 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우리도 확고한 원칙과 상호주의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권력 실세인 권영세 의원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는데.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절대적 지상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배치되는 모든 다른 정책을 금기시했다. 외교부가 대북 제재 해제에 매달리고 국방부와 국가정보원도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통일부의 권한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면 국방, 외교 등 여타 부처들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소지가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은.

“한·일관계는 그간 정부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다. 일본이 외교·군사·경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니 관계를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 새 정부가 정치권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지 말고 확고한 정치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 실질협력 복원 문제는 과거사·독도 문제와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한·미·일 삼각협력을 먼저 복원해 정상화 물꼬를 트는 우회적 접근 방식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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