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8 16:04:34
보수 성향 연구단체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이하 한선재단)이 윤석열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 “여가부 폐지보다 양성평등가족부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선재단은 지난 24일 ‘한선 브리프(Hansun Brief, 통관213호)’의 ‘여성가족부! 폐지보다는 양성평등가족부로 거듭나야’ 보고서에서 “정치적 득표전략의 하나로 생겨난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을 지키기만 하면 이미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젠더 갈등이 해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선재단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선 브리프에 ‘새 정부에 바란다’ 정책제언을 시리즈를 게재하고 있다. 의료 분야, 문화분야에 이어 세 번째로 공개된 이번 보고서는 18대 국회의원,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을 지낸 손숙미 한선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이 작성했다.
보고서는 “윤 당선자가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문의 7글자를 올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특히 20대 남성들이 이에 환호했고, 국민의힘은 결국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통해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하고 국민을 분열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지만, 그것은 어느 면으로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스스로 폐지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가부가 지난 5년간 여성 이슈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녀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철저한 진영논리에 의해 선택적 분노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여가부는 이미 권력이 돼버린 여성 운동가들과 한편이었으며 진영의 이익단체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처에서 이미 여성 정책 관련 일을 하고 있어 여가부 같은 여성 정책 전담부서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언급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서는 안티 페미니즘을 득표 전략으로 삼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젠더 갈등 속에서, 평소에 페미니즘을 꾸준히 비판해왔던 30대 남성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됐고, 정치권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젠더 갈등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정치적으로 젠더 갈등을 활용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안티 페미니즘은 ‘이대남’을 향한 득표 전략의 핵심정책이 됐고, 그 결과가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여가부 폐지는 일부 남성들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겠지만, 젊은 여성들과 여성계의 반발을 불러와 젠더 갈등은 오히려 더 깊어질 것”이라고 한선재단은 우려했다.
보고서는 “여가부는 폐지보다는 ‘양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목표와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들었다.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반발한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법개정안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여가부 폐지에 성공하지 못했듯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문제가 심각하므로, 차제에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인구가족부’로 이름을 바꿔 확대 개편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