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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회주의 경제가 10이면, 文정부는 이미 7~8까지 왔다”
 
2021-03-08 15:48:46

[송의달이 만난 사람]
강성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이 말하는 한국경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취업자 수와 경제활동인구는 2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1인당 국민 소득은 2년 연속 감소했다.

거의 모든 한국 경제 지표에 비상 신호가 울리고 있는 지난달 말, 강성진(57)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서울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경제가 지금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며 “최근 4년 같은 정책 기조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보수 우파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에 참여해 2018년부터 3년간 재단 산하 국가전략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작년 10월부터는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좌파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온화한 학자 모습인 그는 분명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몸집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논리를 펼 때에는 손놀림이 커지고 목소리 톤도 높아졌다.

소득분배 악화의 주범은 文정부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여 만에 왜 이렇게 경제가 나빠졌나?

“‘코로나 19 팬데믹' 영향은 지난해 1년뿐이고 근본적으로 경제 정책 노선이 크게 잘못됐기 때문이다. 같은 진보 성향인 노무현 정권만 해도, 민간의 역할과 시장 자율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정권은 민간과 기업 위에 군림하고 통제만 하고 있다.”

―역대 정부도 기업을 통제하지 않았나?

“1960~70년대에는 정치가 기업을 통제하되 성장을 도와줬다. 1980~2000년대에는 정치와 기업이 윈·윈했다. 2020년대에 기업들은 정치가 자신들을 내버려두기를 바란다. 그런데 지금 정권은 기업을 돕기는커녕 명령과 규제와 간섭으로 괴롭히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보수 정부들도 규제와 간섭을 일삼았다.

“거의 모든 정권이 일정 정도 코드 인사를 하고 기업을 동원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만큼 지독하지는 않았다. 이 정권은 ‘경제 살리기’보다 ‘선거 승리’와 ‘이념’을 더 중시한다. 또 대기업과 기업인을 적대시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손을 벌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너무 위선적이다. 부가가치를 창출 못 하는 정치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최대 원천인 기업에 정권 폼 나는 일에 돈을 더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민간에 가하는 권력 남용이다.”

―왜 이런 행태가 벌어질까?

“지금 정권은 기업인의 이윤 창출 행위 자체를 죄악시하기 때문이다. 자본가와 기업인을 경제 양극화의 주범이라며 증오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재해법의 경우 누가 봐도 사전 예방이 훨씬 중요한데, 최고경영자(CEO)를 구속할 수 있도록 못 박았다. CEO가 구속되면 기업 경영은 물론 노동자의 고용까지 흔들린다.”

강 교수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소득 분배’ 얘기를 꺼냈다.

“세금 납부 전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인데 세후(稅後)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OECD 최하위로 분류된다. 시장에선 소득 분배가 상대적으로 공정하지만, 정부 개입 후 더 나빠지는 현상이 문재인 정부 들어 심화하고 있다. 소득 분배 악화의 주범은 시장이나 기업이 아니라 현 정부다.”

―완전 시장 경제를 0, 완전 사회주의 경제를 10이라고 할 때, 지금 정부는 어느 정도인가?

“노무현 정부는 6, 문재인 정부는 7~8이다. 기업을 통제하고 명령하는 현 정권은 사회주의에 훨씬 가깝다. 이런 정부 통제형 사회주의적 방식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통합되고 시장 경제가 깊숙이 체질화된 한국 경제의 난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하지만 문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1.0%)이 OECD 회원국 중 2위’라고 자랑한다.

“우리 경제가 선방한 것은 맞는다. 문제는 막대한 재정 지출, 즉 정부 돈 풀기에 의해서라는 점이다. 현 정권은 중국을 의식해 코로나 발병 초기 중국으로부터의 국경 봉쇄를 너무 늦게 했다. 재난지원금 등을 풀고 소비 장려에 나섰지만 이미 코로나가 확산해 실기(失機)했다. 코로나 방역 통제에 성공한 베트남과 대만은 지난해 각각 3% 가까운 성장을 했다.”

강 교수는 “하루에 몇만 명씩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미국도 문재인 정부처럼 재난지원금을 4차, 5차까지 주지는 않고 있다. 정부 돈을 훨씬 덜 쓴 선진국보다 지난해 선방했다고 떠드는 건 어리석음과 오만의 극치”라고 말했다.

다음 위기 때는 금 모으기 운동 불가능

―다음 달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 엄청난 돈을 푸는데.

“기업을 키워 국부를 늘리는 데는 관심도, 능력도 없는 ‘재정 중독형 포퓰리즘 정부’이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책을 쓰다가 망가진 그리스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를 닮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선진국이나 OECD 회원국 전체로 보면 양호하지 않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그렇다. 더 심각한 것은 문재인 정부 집권초부터 국가 채무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670조원이던 국가 채무는 내년에는 10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69년간(1948~2017년) 국가부채(670조원)의 절반 정도가 문 정부 5년 만에 새로 생긴다니 말이 되나.”

강 교수는 “지금 추세라면 문재인 정부는 매년 평균 80조원 이상의 국가 채무를 늘려 역사상 가장 많은 부채를 국민에게 떠넘긴다”며 “외환 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도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으려고 재정 건전성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 이 정권처럼 무책임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이 말을 하면서 2시간여 인터뷰 중 그의 표정이 가장 격앙됐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채무를 많이 늘린 만큼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5월 출범할 차기 정부 경제 운용이 매우 힘들 것이다. 문 정부는 올 들어 이미 74조원 정도의 적자 재정 편성을 했고 다시 2개월여 만에 2번에 걸친 추경을 얘기하고 추가로 또 하겠다고 한다. 이런 염치없는 재정 운영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엔 야당도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나?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할 국민이 있겠나. 하지만 다음 정권도 지금처럼 5년 내내 빚 잔치를 한다면, 국가 부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IMF 경제 위기 같은 외부 충격 때는 국민들이 단합해 이겨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처럼 내부 요인으로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면 금 모으기 운동 같은 건 불가능하다. 경제 주체 간의 갈등과 대립이 먼저 폭발할 것이다.”

―최근 4년간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모두 별 효과 없는데.

“정부가 주도해 압박하면 시장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착각에서 대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무시하고 개인의 자율과 인센티브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 주도 통제형 정책은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다.”

―공정경제 3법, 상생 3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손실보상법) 같은 기업 규제법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법인세 납부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정부 및 사회와) 공유했다. 이익공유법이나 사회연대기금법은 정부가 쓸 돈을 기업들이 더 내놓으라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다. ‘자발적으로’라고 하지만 누가 돈을 더 내고 싶겠나. 차라리 사회주의 국가처럼 기업을 국유화해놓고 동원하는 게 솔직하다.”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자, 반(反)기업 노선’이 선명한데.

“노동자 가운데는 실업자, 휴업자,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 등이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민노총 조합원 같은 정규직에게만 유리한 ‘친(親)정규직 노동자 중심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기득권을 가진 정규직들의 고용 안정성만 좋아지고, 20~30대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다.”

민간 활력 떨어져 청년실업 악화 우려

―'문재인 경제'의 후유증은 없을까?

“최저임금 인상이나 기업의 투자 의욕 감소 같은 것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되돌릴 수 없다.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바람에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매년 40만~50만 명의 젊은이가 노동 시장에 나오는데, 민간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강 교수는 “경제가 최악인데 야당까지 침묵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지금 야당에 한마디 한다면?

“‘공부 안 하는 정당' ‘전략 없는 즉흥적인 정당’이란 오명(汚名)을 떨치고 정책적 일관성과 타당성을 갖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예컨대 현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시장 원리를 중심으로 하되 개발 이익금을 무주택자나 서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쓰는 방안 등을 명확하게 밝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은 야당의 대안 창출 능력 등을 보면서 표(票)를 줄 것인가를 결정한다.”

―우파는 ‘자유 시장 경제’라는 해묵은 답안만 되뇌고 있다.

“‘시장 경제 만능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 시장을 주도로 하되 복지 정책 등 정부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정부에 맡겨야 한다. 시장과 정부가 대립이 아닌 상호 시너지를 내며 갈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찾아야 한다.”

―본인의 소신인가?

“그렇다. 정부와 시장은 각각 자기 역할이 있다. 정부와 시장의 장점을 결합한 조화로운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강성진은 누구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과 한국경제학회 부회장을 지낸 중진 학자이다. 제주 출신으로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경제발전론 전공)를 받았다. 일본 쓰쿠바대 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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