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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신문] (Change & Chance)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2021-01-14 15:19:57
“제때 구조개편 이뤄졌다면 전력산업 지금처럼 정치에 휘둘리는 일 없었을 것”
“에너지 정책은 과학과 정보에 근거해야...현 정부는 이를 무시하는 게 문제”
“전기요금 싸게 유지하는 건 공공성 때문이 아니라 부채로 쌓아두기 때문에 가능”
“기후변화시대 탄소 배출없는 원전 재평가...미국도 SMR에 엄청난 투자 계획”


올해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당초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발전부문 분리를 통한 발전경쟁과 배전·판매 분리를 통한 도매경쟁, 그리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소매경쟁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2004년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배전분할 중단을 결정함으로써 전력시장도 현행 CBP(변동비 반영 발전시장)체제를 유지하며 기형적인 어정쩡한 상태가 돼 버렸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993년에 ‘전력산업의 규모의 경제성에 관한 연구’를 한국경제학회지에 발표하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논문은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온 국내 전력산업이 1990년대 이후 규모의 경제가 점차 상실되고, 특히 발전부문은 더 일찍 규모의 경제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손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지 8년 만에 실제로 발전회사는 한전으로부터 분리돼 6개로 쪼개졌다.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손양훈 교수는 “거대한 전력산업 구조가 논문 한 편 때문에 바뀐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당시 전 세계적인 추세가 전력산업의 경쟁 도입과 민영화였기 때문에 진행된 일이고, 이 논문도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쓴 실증논문일 뿐”이라며 “계획대로 완전한 구조개편이 이뤄졌다면 경쟁과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고 공정한 거래제도를 통해 충분히 효율적인 시장이 되었을 것이고, 전력산업이 지금처럼 정치에 휘둘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관련해서도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암중모색하면서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때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은 과학과 정보여야 한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이를 무시해 왔고 절차도 생략한 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어 신뢰를 잃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주도해서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고 평가합니다. 그 시절에는 정부가 아니었다면 엄청난 규모의 선투자를 계속하기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가가 주도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충분히 도달했고, 기술의 발달에 따라 경쟁의 원리를 도입할 수 있는 시기가 됐죠. 그래서 전력회사 하나를 계속 키우는 것보다 여러 개로 분할해 경쟁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손 교수는 “전기가 부족한 시절에는 국가 주도로 전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국가 경제에 큰 힘이 됐다”며 “하지만 국가기간 산업이라고 해도 어느 시점이 되면 국가보다는 민간이 주도하고, 독점보다는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국민편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일관된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전력산업은 강을 건너다 중간에 멈춘 아주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구조는 없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모두 구조개편이 끝나고 민영화된 회사들이 경쟁시장을 구축해 더 이상 이런 논쟁을 하지 않는 상태죠. 반면 우리나라의 전력거래 시장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미봉책을 쓰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제도는 누더기가 돼 버렸고 불공정한 거래가 지속되고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절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봅니다.”

손 교수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완수한 대부분의 나라가 초기에 어려움과 혼란을 겪었지만, 제도적으로 모두 극복했고 지금은 경쟁을 통한 높은 효율을 구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는 이에 관해 사실을 왜곡하는 많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어서 실상이 잘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캘리포니아와 영국 사례를 들며 민영화 이후 요금이 오르고 정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초기에는 그런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도적으로 극복한 상황입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구조개편을 하지 못한 상태를 지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소매시장을 포함한 완전한 시장개방을 이뤄내 경쟁과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쓸데없는 논쟁을 거듭하는 동안 일본은 착실히 구조개편을 준비하고 실행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손 교수는 최근 시끄러운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 참여 논쟁과 관련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전은 판매사업을 독점하는 회사로 판매사업을 독점하는 회사가 발전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금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내부거래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비용을 판매사업 부문으로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전과 정부는 신재생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능력을 가진 회사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폅니다. 하지만 그 재무능력은 바로 독점하고 있는 판매사업에서 나오는 것이죠. 발전사업 비용 중 일부를 판매부문으로 전가해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에서 시장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발전사업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한전이 굳이 발전사업을 해야 한다면 판매사업 개방한 후에 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손 교수는 또 전력산업의 ’공공성‘이라는 표현에 대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가격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을 공공성이라는 말로 호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

“공공성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식량이나 통신, 반도체, 의약품도 모두 공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재화를 다 공공이 맡는 나라는 바로 공산주의 국가죠. 공공부문에 이들 산업을 맡겨서 더 큰 경쟁력을 갖춘 사례를 저는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오히려 공공성이 다수의 소비자, 즉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기업 종사자들의 독점력을 유지하거나 그들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현재에도 강력한 독점지배력을 가진 회사이고 젊은 사람들이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데 이를 더 강화해야 하겠다는 요구를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력도 반도체나 통신처럼 경쟁하는 시장에서 공급받는 게 가장 유리하고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손 교수는 “일각에서는 공기업인 한전이 판매독점을 하고 있어 전기요금을 싸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공공성 때문이 아니라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려 120조원이나 되는 부채가 쌓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공기업 체제이기 때문에 정치에 마구잡이로 휘둘릴 수밖에 없고 이런 점이 지금의 에너지정책이 어려움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손 교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도 “다른 나라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일 뿐 실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지금 논란이 되는 에너지전환정책은 원전이나 석탄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20%밖에 차지하지 않는 전력부문에 국한된 것이죠. 탄소중립은 그보다 몇 배 더 큰 스케일의 원대한 꿈입니다. 탄소중립을 하려면 나머지 80%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열과 수송용에너지, 산업용 원료 등을 모두 전기화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죠. 이런 전기가 어디서 나오나요? IEA보고서에 따르면 모두 전기화 하려면 최소한 3배 이상의 전기가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홍보비 예산만 책정하고, 탄소중립위원회를 만든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에요. 또 산업경쟁력이나 일자리와 관련해서 아무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죠. 산업용 원료는 철강회사의 코크스탄이나 석유화학의 납사와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전기가 있다 하더라도 전기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탄소중립을 하기 위해서는 산업용 원료로 쓰는 화석에너지를 쓰지 못하게 됩니다. 철강회사나 정유회사, 그리고 석유화학 회사는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손 교수는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중국의 경우 앞으로 원전을 300기 가까이 건설해 전기를 충당할 계획을 내놨다”며 “원전 300기 건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하겠다는 우리나라보다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원전 없는 탄소중립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깨끗한 환경에 대한 요구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아요. 다만 에너지전환은 매우 긴 호흡의 정책이어야 합니다. 현재 마구 도입하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만을 수단으로 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어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다양한 수단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서둘러 마구잡이로 사업을 시행하면 몇 년 후 오히려 골치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런 본격적인 변화가 오기도 전에 기존 에너지를 붕괴시키는 것은 도시가스 공급이 아직 멀었는데 연탄아궁이부터 부수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탈원전을 결정한 나라는 독일, 스위스, 대만, 이탈리아 등 4개 국가 뿐입니다. 이들은 모두 국민들이 오랜 기간 공론화과정을 거쳐 결정했고, 법제도를 정비해 탈원전을 뒷받침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 공약으로 결정해 버렸고, 관련 법을 바꾼 게 하나도 없죠. 이런 사실들을 외면하면서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동의해준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손 교수는 “에너지전환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방법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데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무시하거나 아예 듣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최소한 과학과 정보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지난 연말 연료비연동제 도입과 환경비용 분리부과 등을 골자로 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도 “연료비연동제는 연료비용을 요금에 반영해 판매회사인 한전의 재무건전성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연료를 비싸게 구입해도 요금에 자동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발전회사들이 연료를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노력을 중지해 버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지금도 국제 LNG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사오는 호구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이마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또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시작할 때 값싼 원전을 줄이고 원가가 높은 신재생과 LNG를 중심으로 전원을 바꿔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강변해 왔는데 지난 3년 동안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것을 보면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음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가가 오르더라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을 버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원전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재까지 배출한 사용후핵연료는 1만5000t 정도입니다. 현재 한수원은 t당 일정금액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을 적립하고 있는데,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문제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발전량이 줄면서 앞으로 매년 적립되는 충당금도 점점 줄어든다는 겁니다. 사실 사용후 핵연료처리비용은 사용후 핵연료가 1만5000t이든 4만5000t이든 처리하는 비용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시점에서 탈원전을 하더라도 사용후핵연료의 문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적립금만 줄어들어 처리할 수 있는 자금의 여력이 줄어들면 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돈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인력도 필요합니다. 최소한 60년이상 원전이 존속할 것인데 이미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인력에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급격한 탈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한 재정적 기술적 능력을 붕괴시킨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무책임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 교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셰일가스로는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소형모듈원전(SMR)에 엄청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시대에 원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를 만드는 장점은 재평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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