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한 성장세’ 말하지만 부진탈출도 미지수
재정정책 가속화에 성장 부담만 커져
집권 말 국민부담 가중, 혁신이 관건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과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에 대한 예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8%, 국제통화기금(IMF)은 2.9% 등 국내외 전망기관이 2%대 후반을 예상한데 이어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2021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0%로 다소 낙관적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는 한은과 IMF는 각각 -1.3%, -1.9%를, 현대연은 0.8%를 예측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내년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경기 흐름을 좌우하겠지만 경제주체들의 적응력이 강화되면서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같은 경제 활동의 급격한 위축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힘입어 코로나19와 경제관련 정책들로 인한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내년 성장률 기대치에 대한 희망을 걸고 있다.
마이너스성장으로 저점을 찍은 올 1·2분기에 반등해 3분기 성장률이 반짝 플러스로 전환되자 정부는 “급격한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 확연한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을 보면 우리경제가 그간의 어려움을 딛고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4분기에도 경제반등 추세를 이어나간다면 내년 상반기부터 우리 경제는 코로나의 충격을 만회하고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섣부른 판단은 각종 경제정책 방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들이 짊어져야 할 상황이어서 신중해야 하지만 집권 4년차 후반기를 지나면서 경제성과에 대한 목마름이 ‘확연한 성장세’를 고집하는 이유기도 하다.
집권 5년차인 내년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경제정책들을 성과로 보여주고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쏟아 부은 국가재정의 효과와 부진했던 내수시장을 살려 경기회복을 꾀한다 해도 투자 대비 효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긴급수혈로 인한 통계치는 반영되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3.1%→2.7%→2.0%…경제성장 아닌 부진, 경기하강 흐름 못 읽고 정책 엇박자
사실 문재인 정부는 성장주도정책과 일자리정책을 가장 우선순위로 뒀지만 4년 내내 성과는 좋지 못했다. 또 다른 한축으로 제시했던 포용정책은 경제 선순환이 아닌 국가재정으로 매워야했다.
이제와 정부가 올해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을 일으킨 코로나19 영향을 경제 성장의 큰 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집권 초기부터 정책방향 설정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으며 우려는 일부 현실로 나타났다.
52시간제 근무·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은 실행했지만 일자리 대란 등으로 실효를 못 거둔 채 손댔던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차도 실패를 자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 경제성장률을 보면 2017년 3.1% 이후에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8년에는 2.7%, 2019년 2.0%에 이어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관측이다.
문제는 내리막이 상당히 가파르다는 것이다. 집권 1년 만에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집권 이후 단 한 번도 전년도 경제성장률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경제성장률을 하락을 비롯해 수출 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각종 경제지표 상에 경기선행지수 악화, 소비심리지수 하락과 소득 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되는 등 경제성적표는 부진했다.
하지만 정책기조는 계속 유지됐고, 올 들어 코로나19 발생과 미·중 통상갈등 등 대내외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민간경제 침체, 고용·투자 부진,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는 경제난이 가중된 상황이다. 어쩔 수 없는 미증유의 사태라 할지라도 경기하강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적극재정 가속화…내년부터 국민 부담 가중될 듯 “문제 해결없는 선심은 무책임”
결국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가속화했다. 경제 위기상황에서의 타개책이자 고육책으로 1·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각종 지원책, 한 해 4차 추가경정예산 총67조원 편성과 집행, 단기일자리 사업 확대 등으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 보다 지출이 더 늘어나는 구조로 이른바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채무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한 재정수입, 그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수입 증대가 더 늘어 조세부담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열린 본보 창간 16주년 ‘2020 경제산업비전 포럼’ 토론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무리한 재정지출에 우려를 표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부채 부담만 증가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고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역시 베네수엘라를 예로 들며 “한 때 국민소득 4위였지만 자본가 규제, 주요 기업을 국유화하면서 재정난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생존좌표는 자유에 기반한 ‘탈규제’에 있다”고 했고,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 투입과 규제 도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났다. 문제해결은 못한 채 선심성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도 지적했다.
집권 말 새롭고 안정적인 경제기반 구축과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할 정부의 책무가 더 커진 상황에서 혁신적인 정책기조가 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대면 산업과 디지털에 기반한 창의적인 전환 모색도 초집중 모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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