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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종인 2.0
 
2020-06-12 14:12:54

몰락한 보수재건 위해선 큰 담론 절실
진보 가치 수용과 외연 확대가 중요
김종인표 보수의 새 담론은 과연 있나

정치평론가 박성민씨는 민주화 이후 한국 보수의 ‘3대 결정적 장면’으로 1990년 3당 합당,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대 공동체 자유주의론을 꼽는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은 여당과 제2,3야당이 뭉쳐 국회의석 70%의 슈퍼여당을 탄생시킨 정치사에 전례 없는 이벤트였다. ‘발상을 뛰어넘는 통치연대’부터 ‘국민이 만든 여소야대 지형을 정치보스들이 멋대로 바꾼 반민주적 야합’ ‘TK-PK-충청의 호남포위’까지 숱한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오로지 보수의 관점에서 본다면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관통하며 ‘반공’과 ‘개발’을 최고 가치로 여겨 온 ‘올드보수’가 YS의 ‘중도 개혁보수’와 손잡은, 보수의 외연을 처음으로 확장시킨 역사적 변곡점이었다.

이듬해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상호 체제인정과 불가침, 전면 교류협력 등을 통해 적대 일변도였던 남북 관계의 오랜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군부출신 보수정부가 역대 가장 전향적 대북행보를 치고 나간 것이 매우 흥미로운데, 결과적으로 보수의 외연은 더 넓어지게 됐다.

공동체 자유주의는 박세일 전 서울대법대 교수(작고)가 주창한 보수 담론이다. 1997, 2002년 대선에서 보수의 연패를 본 그는 2006년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설립,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어젠다로 ‘선진화’롤, 선진화 구현을 위한 정책철학으로 공동체 자유주의를 제시한다. 이 이론의 백미는 자유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에 있다. 자유주의야 원래 보수의 이념이지만, 공동체는 진보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자유가 중요하지만 자유를 계속 누리려면 개인 이익만 추구할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적 통합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박세일의 공동체 자유주의는 역대 가장 진취적 보수담론이란 평가를 받는다. 진보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그에 대해 “낡은 보수를 구해 낸 숨은 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실제로 공동체 자유주의론이 나왔을 때 진보진영은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진보는 여전히 민주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보수는 민주화 이후 선진화를 말하고, 여기에 진보의 전유물인 공동체 가치까지 끌어가니까 진보 그룹에선 “보수가 공동체까지 포용하면 우리의 설 땅은 없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세일의 사상은 그냥 담론으로 끝났다. 보수는 2007년 정권탈환,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하지만 정책과 정서는 1970년대 애국과 반공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이제 김종인이다. 지금 미래통합당을 대표하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과연 몰락한 보수를 재건시킬 수 있을까. 김호기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 경세가(經世家: 지식인이면서 정치인)로 박세일과 김종인을 꼽는다. ‘난파선 선장’ 아닌 ‘경세가’ 김종인에게 지금 요구되는 건 당 조직 재건이나 차기 후보 물색보다 유튜버가 장악한 담론의 공간을 복원하는 일, 그리고 그곳에서 과감한 미래의제를 제시하는 일이다.

김종인 하면 떠오르는 건 경제민주화다. 2012년 박근혜 후보진영에서 그가 설파했던 경제민주화가 위력적이었던 건, 진보의 의제를 보수가 힘주어 말했기 때문이었다. 시장주의에 진보 의제인 분배와 균형을 끌어옴으로써 경제민주화론은 보수의 스펙트럼을 왼쪽으로 크게 넓히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10년 전의 이 경제민주화를 지금의 미래 어젠다로 재활용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뭔가가 필요한데, 기본소득론으론 부족해 보인다. 그저 반대와 욕설만 하던 보수가 논쟁을 먼저 이끈 게 얼마만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본소득이 미래담론이 될 수는 없다. 최소한 경제민주화 이상의, 공동체 자유주의급의 담론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이 그의 마지막 정치가 아닐까 싶다. 경제민주화에 이은 ‘김종인 2.0’은 과연 있는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분명한 건 외연을 넓히고 의제를 선점하고 진보의 가치를 과감히 수용할 때 보수는 가장 번성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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