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 군인과 역사, 그리고 헌법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는 말이 있다. 미북협상과 남북협상으로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군은 무엇에 복종해야 하는가. 군이 복종해야 할 것은 명령인가, 아니면 역사성인가?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찰이 필요한 이 시기에 한선재단이 지난 6월 19일에 주최한 <군인과 역사, 그리고 헌법>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와 토론문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注)
김의식 용인대 군사학과 교수
얼마 전 대학원 수업시간에 현역 군인들에게 “베트콩과 같은 반정부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은거지로 알려진 마을로 접근하는데 마을의 누군가가 여러분을 향해 사격을 해서 부대원이 다쳤다. 여러분은 마을을 향해 즉각 응사할 것인가?”라고 물었더니, 상당수의 군인들이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겠다”라고 응답했다.
군인들이 자신들에게 총질하는 적대세력을 향해 즉각 응사하지 않고,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겠다고 응답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현대사를 통해 배운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반정부 무장투쟁과 소요현상을 진압하는 임무를 수행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로 전락해서 처벌받고 무공훈장까지 박탈당하는 현실을 봤기 때문이다.
제주 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은 자신과 동료 전우들을 향해 가해지는 위협에 대해서 ‘훈련 받은 군인’으로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죽느냐 죽이느냐 혼란한 상황 속에서 어떤 것이 적법한지, 어떤 것이 역사적으로 정당한지 판단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