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7 - 새 정부에 바란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에 바란다] 정책제언을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였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선거 역사상 ‘역대 비호감 선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진보와 보수라는 양 진영의 생산적인 정책대결 선거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연히 양 진영에서 제시하는 정책도 풍부하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에게는 국민을 바라보는 국민통합의 정치가 강조되고 있고, 그만큼 국민이 요구하는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실행할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정책의 지향점인 보수주의적 이념도 이제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요즘의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정책 방향에 대하여 ‘공정한 정부’의 역할이 추가되어야 한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보면 과거 19~20세기 산업혁명 시대 자유방임주의적 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의 경제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은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2.2%로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앞으로 공공사회복지지출의 증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정부예산 기준으로 보아도 2022년 예산안 기준으로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은 216.7조 원으로 정부 본예산안(604조 4,000억 원)의 35.8%에 이르러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보수주의적 경제정책도 시장경쟁만 강조하는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정책이 어떻게 시장경제와 조화를 이루며 경제발전을 지속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은 시장과 정부가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담당하여 경제성장·고용·복지가 선순환하는 국민행복시대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1. 혁신으로 성장과 고용의 지속가능성 제고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총수요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경제 상황에서는 케인즈적인 수요주도형 경제정책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공급주도형 경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을 달성하겠다고 주장하였지만, 결국은 부채주도형 성장정책을 시행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 과거에 시행된 노동이나 투자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은 선진국에 진입하는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는 더 이상 실효성이 큰 정책이 아니다. 혁신주도형 경제성장 정책도 단순히 R&D 투자를 늘리는 차원의 좁은 범위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총 R&D 투자규모, GDP 대비 R&D 규모 그리고 특허 출원수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특허의 질이나 혁신성과가 생산성 향상으로 효과적으로 연계되어 경제성장 향상에 효과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혁신의 성과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 당장 필요한 것은 혁신성과가 사업으로 쉽게 연계되게 하는 혁신의 사업화(commercialization)의 길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규제혁파이다. 요즘도 새로운 혁신가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가는 이유가 규제 때문이다. 규제혁파 주장은 쉬워도 과거 정부에서 체감할 수 있게 실현한 정부는 없다. 최소한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의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허용되는 사업이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사업도 허다하다.
선진국형 경제구조에 부합하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도 과감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아직도 금융분야는 정부의 관치금융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독자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산업이라 과감히 부르지 못할 정도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노동시장 부문별 순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정리해고비용은 116위, 노사관계협력은 130위 그리고 고용 및 해고관행은 102위에 머무른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단계나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나 규제는 과감히 개혁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R&D 지출의 혁신성과가 경제성장으로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게 할 것이다.
위기이면서 기회인 산업은 한국 경제성장동력의 중심에 서있는 제조업이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 산업은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 및 디지털전환(digital transition) 시대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배출을 감축시키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좌초산업화 되었다. 이들 산업이 사양산업화 하지 않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주축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시장과 기업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정부도 합심해서 지원해야 이들 산업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구조를 위한 공정하고 생산적 복지제도의 기반 구축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민소득이나 정부지출 대비 사회복지 관련 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비중이 OECD 국가보다 작지만, 그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로 조만간 OECD 국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가하는 복지지출이 경제성장 및 고용과 선순환을 일으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별적 및 보편적 복지정책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방향은 명확하다. 양극화 해소 및 소득분배 개선에 부합하고, 근로의욕이 약화하지 않는 방향의 사회복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무차별적 보편적 복지는 보편성이라는 차원의 시각에서 합리적이나 오히려 고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혜택을 강화해 양극화 및 소득분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하여 빈곤층의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생계급여 기준인 중위소득 30%를 완화하고, 지급액을 증액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여 청년, 스타트업, 근로빈곤층, 영세자영업자 등에게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OECD 기준으로 취업자의 24%에 달하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은 자본가이면서 노동자이므로 기업지원과 노동정책이 동시에 적용되어야 하는 계층이다.
경제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정책이 되려면 미래지향적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낮은 잠재성장률, 사회양극화, 높은 청년실업률, 그리고 앞으로 우려되는 보편적 복지로서의 연금개혁문제 등에 있어 미래 불확실성이 없도록 차근차근 해소되어야 한다. 더욱이 신기후체제에 대응하는 에너지전환 및 제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전환이라는 미래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선도국가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 유엔 산하 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2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49개국 중에서 62위에 불과했다. 2020년 192개국 중에서 28위에 해당하는 1인당 실질 GDP에 비하면 국민의 행복감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행복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제성장만이 아닌 미래의 다양한 변화에 부응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을 반영하기 위하여 전세계적으로 경제발전 패러다임은 경제성장 위주에서 지속가능발전(sustain- -able development)을 추구하고 있다. 기업경영도 주주이윤극대화 중심의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를 모두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변화해 가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기업경영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공인받았다. 경제발전 단계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국제사회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고 인정해달라고 하기보다는 선진국으로 그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의무와 권리를 주장하는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기존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정부의 공정하고 적극적인 리더십이 시장경제의 장점과 결합할 때 경제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을 통한 지속가능발전 및 국민행복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