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주택의 개념
기본주택은 지분적립형 주택, 평생 주택과 함께 <더불어 민주당>의 대표적인 ‘신공공 주택모델’로서 2022년 대통령선거의 핵심공약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주택은 ‘소득 기준 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 가능한 임대주택’이다. 기존 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었다. 반면 기본주택은 소득과 관계없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입주 가능하다. 그 입지는 도심 역세권으로 모든 이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며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운영하면서 원가를 보전하는 새로운 주거모델이다.
<기존 임대주택과 기본주택의 비교>
구분 | 기존 임대주택 | 기본주택 |
입지 | 비 선호 지역 | 선호지역 ( 도심 “역세권” 등) |
대상 | 저소득층 | “무주택자 누구나” |
사업수지설계 | 적자 구조 설계 | 원가보전 구조 설계 |
임대료수준 | 소득분위별 시세의 35∼80% | 시세의 44∼93% |
기본주택은 최초 설계 당시에는 임대주택형만 고안되었으나, 이후 분양형도 제안되었다. 다만 분양형은 토지임대부 공공 환매로서 전매 제한 기간 후 매매할 때 반드시 공공기관에 환매하여야 하며, 환매가격은 물가상승율 정도만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 즉 과도한 시세차익을 차단하며, 개인 간 거래는 금지되고 자산가치 상승분은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다. 또한 토지환매부이기 때문에, 토지는 공공(국가) 소유이므로 자기 집이라 할지라도 토지 임대료를 국가에 계속 납부해야만 한다.
2. 기본주택의 한계
2.1 지속가능성 결여
임대형 기본주택과 분양형 기본주택은 둘 다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임대형 기본주택은 임대료로 건설비용과 관리운영비용을 조달해야 하는데, 도심 역세권 지역의 토지비는 매우 높아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필연적으로 임대료를 상승시키게 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기본주택 설계자들은 ‘최신 금융기법을 사용하면 된다’라고 주장하지만, 수익 창출없이 적자를 피할 수 있는 금융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주택을 공약으로 설계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지속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11월 11일 경기주택공사 이헌욱 사장은 기본주택에 비용개념이 없다는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 교수의 비판에 대해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를 출자, 설립하여 공사채를 발행하고, 그 재원을 장기임대주택 비축 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반박하였다. 장기임대주택 비축을 위해 임대주택이 될 수 있는 주택을 매입하는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에서 10% 출자하고, 80%는 융자, 10%는 임대보증금으로 충당한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조달 방안은 그 자체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첫째, 재원의 10%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출자하고, 80%도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를 받는 구조여서 주택도시기금에 대한 의존도가 사실상 90%나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정부보증을 통해 공사채를 발행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세금에 의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가재정을 취약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둘째, 자금조달 구성에 있어 융자가 80%라는 것은 그만큼 이자를 계속해서 내야 하는데, 금리하락기에는 부담이 되지 않으나 금리상승 시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2022년에 들어서면서 세계금리와 함께 한국의 금리 또한 동반상승하고 있다. 결국은 미국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의 경험처럼 공사는 재정위기에 직면하고, 임대료는 급상승할 것이며, 중산층 서민들은 거리로 내몰려지게 될 것이다.
셋째, 매입공사는 매년 임대주택을 비축하기 위해 주택을 매입해야 하는데, 입지가 좋을수록 주택가격은 높으며, 양호한 입지의 고품질 주택은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도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 중산층을 비롯한 무주택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임대주택을 매입하겠다는 것은 결국 저렴하지 않은 주택을 매입한다는 것인데, 부동산호황기에는 매입비용이 버거울 것이며, 부동산침체기에도 양질의 주택매입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보면, 기본주택은 최초의 장밋빛 구상과는 다르게 “임대료는 높고”, “분양가도 높아”지게 될 것이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고집하면 ‘원가보전 구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임대형 기본주택과 분양형 기본주택은 모두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2.2 수요자들의 외면
임대형 기본주택은 수요자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입주민들은 임대주택 거주 시에는 임대료 상승 불안에 시달릴 위험이 크고, 거주 후에는 30여 년의 장기임대 기간 동안 자산을 형성하지 못해 임대주택 퇴거 후 주거불안에 직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수요자들은 자신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주택을 매입, 매도하며 금융자산과 더불어 부동산자산을 축적해나간다. 특히 소득이 감소하는 노년기에 주거불안이 없도록 경제적 의사결정을 매기 거듭한다. 기본주택의 금융구조는 그 자체로 불안 요소가 있어 임대료 상승의 위험이 있다는 것도 수요자들이 기피할 이유가 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30년 장기거주 후 소득이 없는 노인이 되어 주택시장에서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할 상황이라면, 주택수요자들은 기본주택을 선택할 리 없다.
분양형 기본주택은 더더욱 주택수요자에게 외면받기 쉽다. 분양형 기본주택의 토지는 공공기관(또는 국가)소유라서 주택을 매입한 사람은 건물만을 소유할 수 있다. 자기집을 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 임대료는 계속해서 국가에 지불해야한다. 대출이자와 함께 건물분 재산세도 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주택소유자는 ‘집주인인데 왠지 임차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것이다. 일정기간 국가에 토지 임대료를 꾸준히 납부한 후, 이사를 위해 집을 매도할 때에는 국가가 매년 물가상승률 정도만을 시세차익으로 인정해주며, 그것을 초과하는 시세차익은 국가가 가져간다. 참고로 2022년 물가상승율은 2%대 중반으로 예측되고 있다.
임대형 기본주택도 거주기간동안 임대료 상승 불안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분양형 기본주택도 토지임대료 상승 불안이 있다. 임대형 기본주택은 자산이 형성되지 않아 소득없는 노인은 퇴거 후 주거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결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는 것은 분양형 기본주택도 마찬가지이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 임대료를 내야하며, 시세차익은 기대할 수 없다. 자산형성에 실패하는 것은 임대형이나 분양형이나 동일하다. 합리적인 주택 수요자라면 이 기본주택을 선택할 리 없고, 수요자로부터 외면 받는 주거모델은 지속 가능할 수가 없다.
2.3 주택수요자는 손해, 국가와 공공은 이익
기본주택 설계구조에 있어 유일한 승자는 국가와 공공이다. 임대형 기본주택의 실질적 주인인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는 관리운영이 어려워지면 공사채를 발행하면 되고, 주택도시기금에 90%나 의존하기 때문에 민간처럼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도 아닌데 적자가 발생하면 국가가 메워줄 것이며 임대주택을 계속 늘려가 다주택자 임대인이 될 수 있다. 종부세도 내지 않는다. 두번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경제학에서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손실과 이익을 동시에 감당하지 않는 이런 구조는 반드시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 공공이 계속해서 공공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면 실수요자와 매입 경쟁을 하게 되어 시장의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것으로 실수요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상승하면, 기본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시세차익을 갖지 못하고 그 시세차익은 온전히 공사가 누리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다주택자들은 스스로 땀 흘려 모은 돈으로 혹은 대출이자를 감당하며 임대사업을 하지만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는 공공자금으로 임대사업을 하며, 종부세나 양도세 없이 시세 차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부동산시장 불안 요인은 기본주택 설계구조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가 주택을 계속 매입하니 거래될 주택이 부족해지면 가격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면 할수록 공사가 가져갈 시세차익이 증가하니 부동산시장 안정화 노력에 매진할 유인이 적어진다.
3. 기본주택과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의 미래
3.1 해외사례의 오용, 배터리 파크 시티의 환상
기본주택을 설계한 학자들은 기본주택이 수요자에게 외면 받을 리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거래하거나 임대하는 주거모델인 기본주택이 ‘우수한 입지에 낮은 임대료, 고품질 임대주택’이어서 모두가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 실제 모델이 미국 뉴욕시 배터리 파크 시티에 있으며 공공이 주도하니 임대료도 싸고 투기도 없다고 주장된다. 그러나 뉴욕시 배터리 파크 시티는 ‘성공한 토지임대부 주택’이라고 할 수 없으며,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주택이 아니라 고소득층을 위한 주택’이다. 한국에 상당히 잘못 알려져 있다.
Battery Park City는 1963-1990년대까지 대략 372,000m2 규모로 허드슨 강변 맨하탄 아래쪽 (Lower Manhattan)에 개발된 계획 복합도시이다. 이 도시는 Battery Park City Authority (BPCA)가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다음은 William J. Poorvu가 쓴 케이스 스터디 요약이다. Battery Park City 프로젝트는 정치 및 경제상황에 따라 크게 4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1단계: 1963-1967
1950년대 들어 교통망 구축과 산업 교체로 Lower Manhattan의 해양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지역도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해안가 일부가 매립되었다. 이에 뉴욕 주지사(Nelson Rockefeller) 및 시장(John Lindsay)은 1966년 이 지역에 복합 개발 비전을 제시하였다. 주요 개발 계획은 다음을 포함한다.
- 14,000 가구의 주택을 건설. 이중 6,000 가구는 중산층 1,500가구는 저소득 층 주택
- 2,200 호텔 객실
- 67층 오피스 빌딩 2채
2단계: 1968-1972
뉴욕 시장(Lindsay)은 다가오는 재선과 관련해서 진보 성향 정책 제안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꼈다. 그는 진보적 정책이 상승하는 집값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유권자들의 표를 받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주지사와 협의 끝에 저소득 및 중산층 주택 수를 총 가구수의 2/3까지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Battery Park City Authority(BPCA)가 설립되었고, 토지 임대 방식으로 개발되어 10년 내(1978년 중반) 개발을 목표로 하였다. 뉴욕시는 토지 시장가격의 6%에 해당하는 렌트 및 세금을 대신하는 각종 비용, BPCA의 초과 수익 등을 받기로 하였다. 각종 인프라 건설 비용은 채권 발행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뉴욕주가 이를 지원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지급 의무는 없었다(moral backing). 하지만 부도 위험이 발생하면 뉴욕주가 책임져 줄 것으로 믿었다.
3단계: 1973-1979
1973년경 공황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오피스 공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인근 Word Trade Center의 준공도 Battery Park의 오피스 상황을 악화시켰다. 빨라야 1976년은 되어야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또한 2단계에서 저소득 및 중산층 주택을 늘린 것도 문제가 되었다. 오직 1/3만을 시장가로 분양하고 나머지 저소득 및 충산층을 위한 2/3는 뉴욕주 보조금으로 충당하여 공급하려 하였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BPCA는 주택 건설 비용($8천만)을 투자자로부터 유치하고자 했다. 하지만 뉴욕시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였고, 뉴욕주 개발공사 부도 등의 여파로 민간으로 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4단계: 1979-1989
뉴욕주와 뉴욕시는 계획 변경에 공감해 다음과 같은 주요 계획을 수립했다. (1) BPCA을 뉴욕주에서 관할 (2) 상업용 부동산에 있어서 뉴욕시가 요구하는 매우 복잡한 검토 절차 생략 (3) 간단하고 저렴한 계획으로 변경 (4) 뉴욕주가 채권을 보증할 것을 명시 (5) 저소득 및 중산층 주택 없이 모든 주택을 시장가격에 분양 할 것을 강제하고 추가적으로 뉴욕시는 기본 임대료 및 준조세 징수를 포기하였다. 이에 덧붙여 최초 오피스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면제) 혜택까지 제공하였다. 대신, 뉴욕시는 발행된 채권을 모두 상환하고, 뉴욕주가 대납한 금액을 모두 상환한 후에는 개발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갖기로 하였다.
3.2 배터리 파크 시티의 현재
사실 확인을 위해 뉴욕시 과세국의 과세국장 Sheares, Timothy의 협조를 받아 미국 뉴욕시 배터리 파크 시티의 매매 사례를 수집하였다. 과세국에 따르면 2021년 8월 3일 배터리 파크 시티의 아파트 하나는 645,000달러(한화 약 7억6천만원)에 매매되었으며, 2021년 10월 22일에는 1,105,000달러(한화 약 13억 2천만 원)에 매매되었다. 한국의 저소득층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임대형도 다르지 않다. 미국 임대 매물 사이트의 매물을 살펴보면 방 2개인 아파트가 월 9,150달러, 5,600달러이다. 미국 RentCafe에 의하면 2019년 기준으로 배터리 파크 시티의 월평균 임대료는 6,211달러이다.
기본주택을 홍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2022년 현재 뉴욕 최고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배터리 파크 시티의 고급 콘도미니엄을 보여주면서 마치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거주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배터리 파크 시티의 화려한 현재 모습 뒤에는 ‘이타심과 정의를 가장한 포퓰리즘 정책의 실패’가 있다. 시장을 물결치게 만드는 민간주도의 힘을 애써 부정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양질의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건설사이자 임대사업자가 되고자 싶어 하는 공공은 결국 ‘정부 실패’를 야기한다. 그러한 실패는 민간에게 맡겨놓았다면 효율적으로 배분되었을 자원을 낭비하며, 저소득층에게 돌아갔어야 할 이익을 고갈시킨다.
지식인은 해외사례를 오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오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기본주택의 기초는 사실상 싱가포르의 HDB(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와 주택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상당히 왜곡되어 적용되었다. 싱가포르의 토지는 국가 소유이고 토지를 임대하되 99년 임대를 보장하니 사실상 자기 소유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건물만 거래하지만 그것을 매도할 때 시세차익은 공공이 아니라 온전히 매도자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도세도 없다. 시세차익을 통한 자산형성 효과가 증대되길 싱가포르 정부가 원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와 달리 한국의 현 정부, 그리고 기본주택을 주장하며 시세차익을 공공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자산형성을 저해하여 빈곤의 위험에 빠트린다.
3.3 배터리 파크 시티 사례가 한국에 주는 교훈
미국 뉴욕의 배터리 파크 시티의 기본주택의 추진 경과에 대해 알아봤다. 지금 한국에서 기본주택의 바람직한 모델로 일컬어지는 배터리 파크 시티는 성공한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파크 시티의 기본주택에 대한 진실은 왜곡되고 있다. 그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토지임대부주택의 성공사례가 아니다. 시작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재정부담으로 인해 지속할 수 없었다.
William J. Poorvu의 케이스 스터디에 따르면,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의 1단계와 2단계는 2022년 한국에서 제안되고 있는 기본주택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무주택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주택, 장기임대 주택매입공사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BPCA (Battery Park City Authority)의 설립, 적자를 정부가 책임져줄 것이라는 안이한 사고,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서 제안되었다는 것 등은 현재 한국의 상황과 완벽한 데자뷰를 이룬다.
그렇다면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의 3단계와 4단계는 우리의 기본주택의 미래가 될 것이다. 부동산경기가 악화되고 수입이 위축되는데도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낮은 임대료를 책정한 결과 “예산”이 부족해질 것이다. 기금이 고갈되어 부도 위험에 직면하면, 결국 임대료는 상승할 것이다. 관리운영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민간개발회사에 관리 운영을 넘기게 될 것이며, 저소득층과 중산층 대신 높은 임대료를 양호한 입지에 기꺼이 지불할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이 입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기본주택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더 이상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4. 결론: 민간이 주도하는 임대주택 정책으로 선회해야
기본주택은 설계구조상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서민 주거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미국 토지임대부 주택이자 분양형 주택인 배터리 파크 시티의 사례를 살펴보면, 포퓰리즘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정책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터리 파크 시티의 교훈은 입지가 양호한 고가의 토지에 공공이 집을 지어 공공의 소유로 만드는 것이 결코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되지 않는다.
토지의 최유효 이용을 고려하여 가장 최고 최선의 용도를 결정한 후 그에 부합하는 시장가격, 시장임대료가 형성되도록 하되, 그 임대료 수입의 일부를 저소득층 주거안정에 사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는 정부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달려있다. 유능한 정부는 제도를 설계하려 노력하며, 무능한 정부는 노력해보지도 않고 낙수효과의 존재를 부정할 뿐이다.
국가소유의 공공토지가 있다면 적절한 토지 임대료를 지불받아 그것을 다른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도록 기금화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금은 오로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바우처, 저소득층이 임대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의 주거환경개선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의 이름으로 세금에 기대어 임대사업자가 되고자 하는 공사설립은 지양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임대주택정책으로 방향을 설정해야하며, 공사는 공공에 걸맞게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에 매진하도록 제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