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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미중무역전쟁 , 우리는 어느 편에 서야 하나?
 
2019-06-05 09:46:40

◆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후원회원이신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의 아주경제 칼럼입니다.


'의리'중시하는 中…한국전쟁때 도와준 미국과 '의리' 지키되,

中 체면 세워주며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화웨이 문제로, 미·중 양국 정부가 우리 정부와 기업에 대해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직설적으로 동맹국은 물론 기업에게도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고, 중국은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 나라나 기업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우리는 한·미 동맹으로 맺어진 우방인 미국 편에 서느냐, 아니면 교역액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 편에 서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를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국간 전쟁에 낀 우리는 어느 편에 서더라도 사대주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어떤 전문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나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라는 방안을 제시하며 ‘균형자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이미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제 전략 전문가 피터 자이한의 지적대로 미국의 에너지 혁명(세일 혁명)의 성공은, 미국으로 하여금 에너지 기반 전략을 버리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중동 석유 포기는 세계 질서의 붕괴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 역할이 아닌,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같이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세계 각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분담금을 대규모로 인상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과 맞닿아 있다.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의 목적은 중국이 첨단제조업 발전전략인 '중국제조2025',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자상거래, 정보통신(IT) 산업 등의 급속한 발전으로 G1인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보복관세 발효에서 시작된 공격은 기술, 정보통신(IT), 안보, 환율, 동맹국, 문명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대응 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인데, 대미 수출은 3.6% 정도다. 중국 정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숫자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1만 달러에 도달해 있다. 우리도 경험해서 알듯, 소득 1만 달러 근처는 고급상품에 대한 소비욕구가 폭발하는 지점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미국 수출이 줄어들 경우 성장 유지를 위해 내수시장을 부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의 옆집에 급하게 큰 장이 서게 되는 것이다. 중국산 상품의 브랜드나 품질이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잘 살리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구조로 볼 때,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나라다. 고래 싸움에 우리가 봉변을 당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리는 어느 편에 서야 하나?

미국은 한국전쟁 때 우리 편에 서서 한국을 공산화되지 않도록 싸운 우방이고, 중국은 북한 편에서 총부리를 우리 쪽으로 겨룬 나라다. 사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미·중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미국의 존재가 없었다면 공산화됐을 것이고 민족 통일은 완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미 종북 세력에게 미국은 적이고 중국은 우방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의 중국인들도 의리를 지키는 사람을 존경하고 높게 평가한다. 만약 우리가 한국전쟁 때 도와준 미국을 배반하고 중국 편에 선다면, 겉으로는 반길지 몰라도 의리 없는 사람들이라고 속으로 우리를 깔볼 것은 명백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수호전(水滸傳)'에 나오는 '의리의 대명사' 송강(宋江)이라는 인물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우리가 혈맹으로 맺어진 미국 편에 서더라도, 중국은 우리의 선택을 잘못된 것으로 보는 소인배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존심과 체면을 목숨보다 더 중하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미국에게 터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차관급과 성장(省長)이 한국을 방문해 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구걸하고 돌아갔다. 중국이 다급해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쓸데없는 일로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 오히려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상황 변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중국과의 외교 및 교역에서 자존심을 상하거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의 일만 따져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국 투자기업에 대한 경제적 보복과 '3불(不)' 약속 강요, 반한 여행객 송출 통제, 대통령 수행기자에 대한 폭행까지, 우리의 자존심이 짓밟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중국이 우리에게 강하게 나오는 것은, 한국 지도층이 친중 사대주의에 젖어 있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사안이 생길 때마다 중국에 강하게 반발하고, 우리의 자존심을 지켰더라면 중국도 우리에게 치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에 위기가 닥쳐오면 임시방편으로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잠시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단결해서 정면으로 대응해야 민족적 자존심도 세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에서 손해를 덜 본다. 자주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가지고 행동하는 당당함을 이번 기회에 양국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사대주의로 비즈니스에 성공하거나 나라를 제대로 보존한 경우는 없다. 객관적으로 힘이 약하더라도 상대국과 '맞짱'을 뜨는 정신력을 가진 나라가 더 오래 생존하고 번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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