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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상장사 배당 확대 / 투자재원 줄어 기업 성장 위축될수도
 
2019-02-25 16:21:03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배당은 기업 신용등급에도 악영향
성장추구 글로벌기업, 배당 안하는 곳 많아
배당정책, 기업 자율성 억압해선 안될 것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장사 배당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선언한 후 연초 한진칼에 경영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7일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남양유업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53%에 달해 배당을 늘리면 회사 오너만 수혜를 보게 된다며 국민연금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지만 국민연금의 이른바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표적이 된 유통·식품업체들은 자발적으로 배당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영계는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배당확대 찬성 측은 이익배당은 주주들의 본질적 권리이며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주주친화정책이 주주 가치는 물론 기업가치도 높인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과도한 배당이 기업 투자재원을 감소시키고 현금유동성을 떨어뜨려 기업 성장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이제는 증권업계에서 옛이야기가 돼가는 것이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과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 모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시장 중 하나라는 것 말이다. 2019년 상장사 전체의 배당성향은 20.3%로 세계 평균(47.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0대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37.5%에 달한다. SK네트웍스는 215.7%(289억원)로 순이익의 2배를 배당한다. 순이익은 40% 감소했으나 배당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대차는 70.7%(1조 662억원)를 배당한다. 배당수익률이 연 2%대인 정기예금보다 높아진 기업도 많이 늘었고 삼성전자는 3%대(9조6,192억원)에 진입했다. 전체 상장사 배당금 총액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돼 지난 2014년 이후 4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그룹·남양유업에 가한 배당 관련 조치에 기업들이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배당은 많을수록 좋다. 오너 아닌 전문경영자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기업에 독(毒)이 되는 배당, 즉 과도배당이다. 한국 상장기업들은 대체로 수익성이 낮고 잦은 정책변경으로 사업위험은 높으며 경기변동에 민감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 비중이 높다. 과도배당은 기업 자산의 과다유출로 투자재원을 감소시키고 현금유동성을 떨어뜨려 기업의 성장력을 위축시킨다.

졸면 죽는다. ‘존다’는 것은 급격한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기술변화가 너무 빨라 투자능력이 생존의 핵심이 된다. 상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실탄확보가 매우 긴요한데 한정된 이익으로 주주 배당을 늘리면 기업의 투자 여력은 감소한다. 사채나 신주 발행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이닉스가 눈물을 삼키며 팔았던 ‘매그나칩 반도체’가 매물로 나왔다. 이것을 되살 돈 1조원은 갖고 있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의 자본지출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1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이노베이션의 장기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21.3% 줄었지만 배당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고 배당성향은 43.5%로 전년(35.4%)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진칼은 배당성향을 3.1%에서 약 50%로 높여 순이익의 반을 배당한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은 필연적으로 회사의 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상장기업 주식매매로 인한 시세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지만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한다. 특히 순환출자형 구조를 갖는 기업집단은 여러 회사의 지분을 거치면서 배당소득세를 여러 번 납부해야 한다. 반면 배당 대신 현금을 사내유보해 투자하면 기업의 가치와 자기자본을 증가시켜 자본소득이 증가한다. 장기투자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 대신 자본소득을 높여주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아마존·구글 등 업력은 짧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는 창사 이래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성장을 추구하는 한 배당을 실시할 계획도 없다고 한다. 애플도 2012년 이전에는 배당이 없었다. 오래된 기업 버크셔헤서웨이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식회전율은 세계 5위 정도로 높은 만큼 단기투기주주가 많다. 투기주주들에게 일시적 고액 배당은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든다. 배당은 장기투자주주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장기투자주주의 입장에서는 일시금으로 배당을 받든 그 자금이 재투자돼 주가가 높아지든 차이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현재 한국은 ‘외압에 의한 배당’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배당정책은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투자정책과 자금조달정책·산업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배당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강압적 분위기가 나쁘다. 기업의 무한한 상상력을 억제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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