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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경쟁 없는 국공립유치원은 실패한다
 
2018-11-02 15:45:18

◆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선진화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양준모 연세대 교수의 디지털타임스 칼럼입니다. 


경상남도 창원에서 어린이집 원장이 투신해 숨졌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투신한 원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감사 대상자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교육부는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추진 배경은 시·도 교육청의 감사 결과 다양한 위반 사례가 적발되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감사결과,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중, 서울에서 41%, 그리고 경기에서는 35%가 국공립유치원이었다. 사립유치원은 대부분 개인이 자기 돈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곳이다. 국공립유치원은 국가 예산만으로 운영된다. 어디가 더 문제인지는 혼란스럽다. 감사결과만 가지고 공공성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재철 국회의원이 공개한 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은 놀랍다. 호프, 맥주, 펍, 이자카야, 와인바 등과 같은 상호명은 업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공립과 사립으로 구분하여 비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장관들 청문회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범죄가 위장전입이다. 위장전입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친구와 같은 학교 다니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거나, 국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다. 변명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개인의 선택을 제한한 국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한 언론사는 위장전입의 문제를 국가주의로 정의하고 공직 후보자를 옹호하는 논리로 지면을 장식했다. 동일한 언론사가 유치원 사태에서 한 단체의 국가주의적 주장을 여과 없이 소개했다. 일부 언론은 정부의 유치원 대책이 무책임한 국가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중 잣대다. 

정부는 2012년 만5세 누리과정 지원 이후 매년 약 2조원의 예산이 지급됨에도 예산지출 확인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근거로 유치원의 회계장부를 철저히 검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육부의 책무를 버리고 국세청의 완장을 차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유치원에 국가 예산을 지원한 이유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학부모의 유아 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학부모 대신 일부 비용을 지불한 것뿐이다. 모든 유치원이 정부 예산을 받아쓰는 산하기관이 아니다. 유아교육법 상 보조금을 유치원 목적이외에 사용하면 지급한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심할 경우, 정부는 유치원을 폐쇄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립유치원의 수입이 보조금만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대부분 개인이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유용한 것인지 불명확하다. 더욱이 보조금은 유치원 원비를 통제한 데에 대한 보상적 성격도 있다.  

일부 회계 상의 문제를 빌미로 사립유치원을 몰아내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교육부가 진정해야 할 작업은 인가받은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약속한 양질의 교육을 실시하도록 감독하는 일이다. 과연 사립유치원의 교육의 질이 공립유치원보다 떨어지는지, 그리고 동일한 교육을 실시하는 데에 더 많은 비용이 드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교육부가 자기책임은 다하지 않고 감독 권한을 내세워 으름장을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성은 국가가 교육기관을 소유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교육, 도서 지역과 같이 교육 기회가 열악한 지역에 대한 교육 기회의 제공 등이 공공성 확보의 사례다. 서울과 같은 도시 지역에 국공립유치원을 세운다는 것은 공공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은 매우 우려스럽다. 획일적인 공적 교육 체제만으로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만들기 어렵다.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도 제한된다. 경쟁 없는 국공립유치원만의 체제는 실패한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해 경쟁의 공정성도 중요하다. 국공립유치원이나 사립유치원이나 학부모에게는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선택권이 보장된다. 현재와 같은 가격 통제 정책은 교육 혁신의 장애물이다. 교육부의 이번 대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74.6%의 원아가 사립유치원에서 교육받는다. 하루아침에 국공립유치원의 수를 늘린 순 없다. 오히려 좋은 교육을 위한 투자 유인을 강화하고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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