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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신문] 주택정책, 서울시장도 국토부장관도 다 틀렸다
 
2018-10-19 15:50:24

◆ 박수영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무섭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갖은 규제를 다 동원했는데도 집값은 오르기만 해 6.19대책, 8.2대책, 9.13대책 등 한달이 멀다하고 내 놓은 부동산 대책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전문가들이 수요 관리측면에서의 규제로는 안되고 공급을 늘려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음에도, 정부가 계속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 왔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마침내 정부는 지난 9월 21일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진작 공급대책부터 나왔더라면 자연스럽게 잡혔을 집값을, 오를 데까지 오른 다음에야 발표해서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작동할 수 있는 공급 정책이라면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해야 할 것이다.

 

김현미 장관이 내놓은 9.21대책은 주택 30만호를 짓겠다는 것으로, 20만호는 100만평 규모의 미니신도시를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와 서울과의 사이에 짓고, 나머지 10만호는 중소택지개발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 중 3만5천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역을 발표했지만 나머지는 어디에 짓겠다는 발표가 없었다. 이 정도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하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확정 발표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김현미 장관의 정책은 틀렸다.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발상은 안 그래도 부족한 녹지를 집짓기 위해 없애겠다는 반환경적 발상이다.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고려한다면 결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다. 또 정작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은 서울시내 또는 교통요지이지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다. 실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아파트만 건설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이미 건설된 판교, 광교, 동탄 등 2기 신도시의 주택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 3기 신도시가 2기 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있기 때문에, 2기 신도시로부터 서울로 출퇴근하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고, 2020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감소와 겹치게 되면 판교, 광교, 동탄의 집값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순 시장의 정책도 틀렸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것은 맞지만,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그 대안은 박시장이 토건이라고 적폐시하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을 허용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가 389만호나 있고, 역시 20년 이상 된 주택이 120만호나 있다. 이들 집도 주택보급율에 포함되는 주택이지만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은 아니다. 형편이 안되다보니 들어가서 살기는 하지만, 다들 새로 지은 아파트나 주택을 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나 주택은 여러모로 생활에 편리하게 때문에 다들 새집에서 살고 싶어한다. 이런 국민적 수요를 무시하고 낡은 집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넣는 정도로 틀어막으려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박시장은 낡은 주택과 아파트의 재건축, 재개발을 막고 있는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한다. 김현미 장관이 짓겠다는 미니신도시는 착공부터 완공까지 적어도 5년이 걸리고, 도로 전기 상하수도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기존의 낡은 아파트와 주택을 재개발 재건축 하는 데는 2년이면 충분하고 인프라 구축에도 그다지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 신도시 건립의 역사는 길다. 창원, 안산, 구미 등 박정희 신도시는 산업과 학교, 그리고 주택이 어우러진 자족도시였다. 분당, 일산, 평촌 등 노태우 신도시(1기 신도시)는 그보다 규모가 작고 산업이 없어 집에서는 잠만 자고 다들 서울로 출퇴근 하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는 규모는 더 작아졌지만, 주변에 산업과 학교가 함께 있어 1기 신도시의 단점이 일부 보완된 사례다. 그러나 국토부가 추진하겠다는 3기 신도시는 규모도 작으면서 산업도 학교도 들어있지 않아 2기 신도시만도 못하고 자족도시인 박정희 신도시에는 훨씬 못 미친다.

 

당초 예상보다 10년 빠른 2020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되면 각 도시들이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소위 ‘컴팩트 시티“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 수평적으로 확산된 도시를 관리할 재원이 부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은 길게 봐야 한다. 김현미 장관은 깊은 고민 없이 나온 3기 신도시 계획을 포기하고, 박원순 시장은 낡은 아파트와 주택에 대한 재개발 재건축을 적폐로 모는 시각을 버려야만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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