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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1) 강천석 조선일보 주필
 
2008-05-14 10:07:12

선진화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시리즈 1

 
바람직한 한국적 선진국의 모습은 무엇인가.

-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을 만나다- 
 
 

2008년 3월 22일 봄을 알리는 햇살이 가득한 금요일 오후,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과 성균관대학교 김일영 교수가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의 연구실을 찾았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사상과 철학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분들의 고견을 수렴하여 국가가 나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정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첫 면담 대상자가 바로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위원이었다.
 
지하 2층 고문서 자료실 구석에 위치한 강 주필의 연구실은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복도를 지나야했다. 이런 곳에 책상하나 놓을 공간이라도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찰나 코너를 돌아 낡은 문을 여니 사방이 책들로 가득 찬 서재가 등장했다. 강 주필은 반가운 표정으로 박 이사장과 김 교수를 맞았다. 핸드폰으로 몇 번의 전화가 오갔고 막 원고를 넘겨주는 순간인 듯싶었다. 소파에 앉아 조심스레 담뱃불에 불을 붙이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세일:
 
귀한 시간을 내주신 강 주필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국가정체성의 위기가 오고 있다. 지난 60년간은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인지, 한국적인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지 강 주필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강천석:
 
박 교수님이 지적하셨듯이 현재 대한민국은 선례가 없는 길을 가고 있는 형국이다. 역사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들은 대부분 선행 모델을 가지고 시작했다. 차이점이라면 국가를 전체적인 모델로 삼았는가 아니면 성공한 분야를 부분적으로 모델 삼았는가에 있었다. 영국은 네덜란드를, 러시아는 독일과 프랑스 모델 사이에서 국가 발전방향의 모델을 찾으려고 했다. 어떠한 모델을 염두에 두느냐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특이한 것은 일본이다. 영국을 닮고 싶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일과 비슷한 국가로 발전했다.
 
선례를 정하고 목표로 삼은 뒤 국가발전 방향을 추구해도 어려움이 많았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비슷한 선행 모델도 없는 상황에서 선진국가의 이상형을 만들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특히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런 중대한 사업을 소명으로 하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는 강 주필의 말에 박 이사장은 미소를 지었고 강 주필도 웃음을 내보였다. 책상위에는 본인의 생각을 빼곡히 정리한 노트가 놓여 있었다. 인터뷰를 대비하여 밑줄도 그어가며 벼락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하자 큰 웃음이 터져 나왔고 방안 분위기는 한결 누그러졌다.
 
 
강천석: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도자도 중요하지만 리더십(leadership)과 팔로우쉽(followship)과의 결합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국가가 가야할 길은 오직 이 길밖에 없다는 합의가 필요하다. 문제의식에 대한 전 국민의 동일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예전에는 위로부터의 합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선진화는 전 국민적 합의, 즉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동의를 유도해야만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닌가 싶다.
 
지도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도자, 즉 엘리트들의 전통이 끊겼다. 그 맥을 이으려면 조선시대까지 올라가야 한다. 게다가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에는 그간 리더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없었다. 선진국 집입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끌고 가려면 엘리트들은 일반 대중들과는 달라야 한다.
 
엘리트들의 기본적인 자질은 무엇인가. 선비의 전통이 단절되면서 시작된 한말 이후 근대화의 중추세력은 역관이나 의관 등 기술관리가 중점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하급무사들이었지만 막부시대를 내려오는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단절이 되어버렸다. 언급했듯이 선진화를 위한 지도자의 단절된 전통은 조선시대로부터 끌고 내려오지 않으면 안 된다. 굳이 말하자면 양명학적 흐름에서 엘리트의 모델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500년을 넘게 이어온 성리학의 전통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실과 견리된 명분론을 버리고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엘리트들에도 일종의 ‘댓가’가 필요하다. 너나 나나 동등하다는 대중의식 속에서 우리가 이 모델에서 엘리트들에게 줄게 없다. 엘리트들에게는 헌신과 자발만 요하게 되는 것이다. 엘리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 국민들의 엘리트에 대한 인식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엘리트를 일종의 ‘특권층’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들이 수행하게 될 정치의 역할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엘리트들의 활동은 결국 국민들 자신에게 혜택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영국 정치의 기반은 이러한 국민의 인식 하에 엘리트들이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의 대한민국 전면의 정치, 경제 분야에 걸쳐 주축세력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왜 이들이 대중들로 하여금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는가. 지행합일(知行合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행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과제의 해결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역시 ‘교육’으로 정리될 수 밖에 없다.
 
 
박세일:
 
맞다. 대한민국 엘리트의 단절된 전통은 조선시대 선비정신으로부터 계승해야 한다고 본다.  
 
강천석:
 
또한 사회를 어느 특정 흐름으로 바꾸어주는데 중요한 것은 인적, 물적 자원을 집합시키는 센터 오브 엑설런스(center of excellence)다. 사회의 어느 곳에 집중적인 가치나 힘을 결합하는 센터 오브 엑설런스가 돌파하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가능한 COE는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교육이고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대학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을 어떻게 하면 선진화시킬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생각하면 대학만 선진화 시키는 방법은 오래 갈 수도 없을 것이다. 대학과 함께 초․중등 교육도 선진화의 단계로 같이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이 동아시아의 지형학적에 제약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차원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COE다. 사회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이 필요하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추구하는 이상적 국가 모델은 국민으로 하여금 절제와 욕망의 한계설정을 강요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욕망의 한계를 설정하고 공동체의식과 욕망의 중용을 강조하는 모형은 대형정치가의 등장이 필요하며 국민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은 상황적인 설득이어야 하는데 단군 이래 가장 배부르게 사는 상황에서 자기 행동과 패턴을 개혁하라는 것은 대단한 요구다. 하지만 이것 없이 선진화가 된다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전략으로서 세계의 주류와 주변부에 있지만 중심부로 들어올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주류이지만 결국은 퇴색될 것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판단, 지금은 미약하지만 후에는 주류가 되어 장대해질 것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과거 일본의 근대화 진입은 행운이었다. 외국인 자문관을 초청하여 근대화의 동력을 삼았다. 이 과정에서 영국에서 기득권 진입을 위해 주변부에서 중심을 향해 진격했던 세력이 일본의 근대화 동력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후에 이들이 주류가 되었으며 그 덕에 일본의 근대화가 성공했던 것이다. 만약 당시의 주류세력을 받아들였다면 훗날 변개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세계의 흐름에 대해 통찰력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다문화모델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필요하다고 본다. 이 전략은 일본, 중국보다도 훨씬 밀도 있어야 한다. 미국 자본주의 발전 모델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이민자 정책이었던 것처럼 외국에 대한 관대한 시스템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국제적인 센터를 대한민국으로 유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쾌적한 환경을 지원해야 하며 동시에 언어적 다양성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일본은 선진국으로 진입한 지 20년이나 되었지만 비참할 정도로 문화수신국으로 전락했다. 언어문제가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언어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지금 보다 훨씬 활성한 문화발신국으로 자리매김 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도 문화발신국이 되기 위해서는 언어의 다양성이 필요하며 이 부분은 신중히 검토해야한다. 예전에 책을 보다가 왜 마르크와 엔은 국제통화가 될 수 없는가에 대한 재미있는 구절을 읽은 것이 생각난다. 저자는 정치적 망명이 자유스럽지 못하고 언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국제통화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언어문제는 단순한 세일즈 차원을 넘어 더 높은 가치로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두서가 없었다며 강 주필은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선진화는 지금 당장 추진해야하지만 그 이익은 후세대가 받게 되는 거취가 긴 프로젝트라며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은 국가사회지도자들의 선진화 사상 및 철학에 관련한 의견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강 및 인터뷰를 통해 정리된 내용을 가지고 세미나 및 출판을 기획하고 있다. 

 
정리-한반도선진화재단 윤민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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