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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필드트립] 베이징에서 생긴 일
 
2014-10-29 16:24:09
베이징에서 생긴 일
이유순(성균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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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십찰해에 있는 스타벅스>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크게 세 가지였다. 사람 많다, 더럽다, 가짜가 많다. 중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도 있었고 유학을 다녀온 친구도 있었지만 중국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했고, 더구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굳이 ‘선입견’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었다. ‘사람 많고 더럽고 가짜가 많은 것은 사실이잖아?’라고 생각하던 나였다. 게다가 이번 산업시찰로 나의 선입견은 오히려 굳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서의 3박 4일은 나로 하여금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하는 데에 충분했다. 내가 직접 겪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정리하며 중국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고자 한다.

북경수도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베이징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사람이 없구나!’였다. 중국이 나날이 발전하고 위상 또한 높아져 G2까지 다다랐음에도 왠지 중국은 수도인 베이징조차도 아직도 발전이 덜 되었을 것 같은 편견이 있었는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 편견은 깨졌다.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인천공항보다 몇 배는 넓었고 그만큼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공항 직원들조차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 놀라웠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어 3박 4일 내내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가이드 선생님은 영어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은 우리가 관광하는 시간에는 학교에 있고, 관광지에는 잘 오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해줬다. 중국인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할 때조차 꿋꿋이 모국어를 하는 모습에서 당당함과 자신감까지 느껴졌다. 중국에 오면서도 중국어라곤 인사말밖에 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할 때, 영어를 못하면 도리어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과 사뭇 달랐다. ‘중국에 왔으면 중국어를 하라’고 말하는 듯한 중국의 분위기가 나에겐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북경 올림픽 공원 내에 있는 쇼핑센터 간판>
 
그렇게 중국어의 홍수 속에서 첫 날 일정을 모두 끝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마트와 편의점을 찾기 위해 1시간 반 정도 숙소 주변을 돌아다녔다. 누군가의 말대로 ‘한국의 여의도’ 같은 그 곳을 걸으며 편의점 비슷한 가게를 겨우 찾아냈다. 하지만 ‘저기 건너편에 편의점 있다!’를 외치고 뛰기 시작한 순간 거짓말처럼 가게 불이 꺼졌다. 우리는 허망한 마음과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호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큰 호텔 안팎에 24시간 편의점 하나 보이지 않았던 걸까? 다음 날 알고 보니 우리가 걸어갔던 반대 방향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었다. 온갖 상품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마트는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비교적 일찍 문을 닫는 것이 아쉬웠지만 한국 마트와 거의 비슷한 점이 재미있었다.

호텔 주변에는 유명한 체인점 커피숍도 보이지 않아서 ‘중국은 아직 커피 문화가 퍼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이드 선생님은 중국은 아직 커피 문화가 한국만큼 정착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통 차 문화를 더 선호하는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서양의 문화가 싫어서 그런 것일까 궁금했다.

마트에서 즐겁게 장을 본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중국의 또 다른 인상적인 점을 발견했다. 바로 빨간불이든 초록불이든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신호등이었다. 그렇게 신호등이 잘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자나 자동차나 자전거나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자동차와 자전거, 오토바이들 때문에 심장이 몇 번이나 내려앉곤 했다.

교통문제와 더불어 충격적인 것은 어딜 가든 배를 내놓고 있는 중국인들이었다. 특히 남자들이 옷을 가슴까지 올려 통통한 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남자 아이들은 하의를 입지 않거나, 가랑이 부분이 시원하게 찢어진 바지를 입고 다녔다. 지방에서는 남자 아이들이 하의를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원 잔디밭에 용변을 자유롭게 보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북경에서는 그런 모습까진 볼 수 없어 다행이었다.

공항에서조차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점,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옷을 크롭탑처럼 입는 사람들 등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많은 중국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매력이 느껴졌다. 언론을 통해서 보았던 위협적이고 비도덕적인 중국은 단지 한 가지 측면일 뿐이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시장경제를 택하며, 공자의 나라지만 문화대혁명 시절엔 '공자 죽이기'를 시행했고 또 21세기 들어서는 공자를 재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다.

중국을 설명할 때 흔히 '하나의 중국, 4개의 세계'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한 가지 성격만 있으면 따분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중국의 여러 가지 모습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너무 크고 넓어서 중국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알아갈수록 매력 있는 중국. 내가 가지고 있던 '중국위협론'이라는 프레임을 깨며 중국을 공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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