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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박재완 전 장관 “보모(保姆) 국가화로 도전 정신 사라져… 더 이상 복지 늘려선 안 돼”
 
2024-01-06 11:13:38
정부가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는 현재 한국 경제가 마주한 ‘구조적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진단이 담겨 있다. “과도한 규제로 산업 성장이 제한되고, 기업 성장 사다리가 약화했다. 생산 연령 인구 감소가 잠재성장률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로 중장기 정책 대응 여력이 저하된 상황”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역동성을 앞세워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왜 이렇게 떨어진 것일까.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이사장 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그 원인을 ‘보모(保姆) 국가’라고 딱 잘라 말했다. 보모 국가란 정부 정책이 개인을 과잉보호하거나, 개인의 선택을 간섭하는 체제를 말한다. 생산성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복지를 늘려 오히려 사회 내 발전 잠재력과 혁신 의지를 발현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게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박 이사장은 경제정책방향 발표 하루 전인 3일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방만한 실업급여 체계로 인해 ‘굳이 열심히 일해야 하느냐’는 인식이 확산했다. 혁신 역량이 퇴락했고, 도전정신이 사라졌다”면서 “엘리트 인재들이 혁신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공무원이나 의사 등 안정적인 직종에만 쏠린다. 개인 안위만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직전 정부의 슬로건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였다”면서 “정부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모두 책임질 수 있나.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과도 같은 이야기다. ‘자기 책임 원칙’을 무시하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성장 주체를 민간에 두는 등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큰 정부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복지를 늘려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4월 총선을 언급하며 “총선이 임박하면 양당에서 온갖 선심성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검증 없이 일단 해보려는 무모한 낙관론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라며 “시행한 정책을 뒤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예산 증가율 대비 낮게 인상하거나 동결하는 방식으로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1기 경제팀이 퇴장했다. 성과를 평가하자면.

“전임 정부의 소득 주도, 탈원전, 부동산, 재정 팽창 등 ‘날림·선심 정책’을 정상화하고, 문명국가와 경제 안보 등 대외협력 강화, 거시경제 경착륙 예방, 월례비·일감 독점 요구 등 노조 횡포 엄단은 성과라고 본다.

정부 간섭을 줄이고 민간 활력을 북돋우는 한편, 교육·노동·연금 등의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정책 방향에도 동의한다. 다만 이들 과제를 하루아침에 다 이룰 순 없다. 명확한 청사진과 치밀한 실행 계획을 내놔야 한다. 국민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슬기로운 방략도 절실하다.”

―올해 한국경제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상저하고(상반기는 낮고, 하반기는 높음)의 완만한 회복세를 예상한다. 다만, 미·중 갈등과 양국 경제 부진, 남북 대치와 국제정세 긴장, 총선과 미 대선 등 정치적 일정,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하방 위험이 상당하다. 상방 요인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금리 인하라고 본다.”

―2기 경제팀이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할 리스크는.

“구조적 저성장 기조 고착화이다. 1인 세대가 급증하고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인구 배당’이 희석되고 있다. 탐구·모험·창의 등 혁신 역량도 정체되고 있다. 사회갈등이 고조되고 자조(自助) 의식이 퇴색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제조업 비교우위가 약화하고,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낙후하고 있다. 신산업 태동도 지체되는 모습이다.”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부민안국(富民安國)의 필요조건인 인적 역량 향상과 충분조건인 공정한 시스템 구축이다. 긴 호흡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에 진력하고, 자유·기회 확대, 자율·분권·다양성 진작 및 개방·공유·창의를 고취해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달라.

“‘큰 정부’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 ‘보모국가’를 탈피해야 한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의 편 가르기, 이념 지상주의·종족주의 등 포퓰리즘(대중 영합 정치)도 극복해야 한다.”

―평소 ‘작고 유능한 정부’를 강조했다. 현 정부도 성장의 주체는 민간이라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정작 정책 부분에서는 ‘큰 정부’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인구 대비 예산이나 조직 규모 측면으로 보면 큰 정부는 아니다. 다만 정부의 입김이나 규제 혹은 개입하려는 경향을 큰 정부의 성질로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

정부로선 지금까지 해오던 걸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금단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우선 정부·민간·지역공동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율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처음에는 우물가에 아이를 앉혀 놓은 것 같은 불안감이 들 수 있다. 그렇다고 계속 정부가 끈을 쥐고 있는다면 아이는 자생할 수 없다.”

―보모 국가 탈피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직전 정부의 슬로건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였다. 황당무계한 슬로건이다. 정부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모두 책임질 수 있나.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과도 같은 이야기다. 그런 정도로 국가가 강한 책임을 느끼고 있으면 안 된다. ‘자기 책임 원칙’을 무시하는 표현이다. 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결과에 대해선 개인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방만한 실업급여 체계로 인해 ‘굳이 열심히 일해야 하느냐’는 인식이 확산했다. 혁신 역량이 퇴락했고, 도전정신이 사라졌다. 엘리트 인재들이 혁신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공무원이나 의사 등 안정적인 직종에만 쏠린다. 개인 안위만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럼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약자도 패자도 나타날진대 정부는 시장에서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확립되도록 하면 된다. 거기서 생기는 원천적 약자는 구름판을 설치해 주거나 먼저 뛰라고 배려해 줄 순 있다. 공정한 규칙하에서 패자가 재기할 수 있는 걸 돕는 정도를 정부가 해야 한다. 결과적 평등을 위해 처음부터 개입을 강하게 하면 국민은 하향 평준화된다.”

―억강부약을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슬로건이었다.

“억강부약 자체는 좋은 말이다. 약자 보호는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봤을 때 강자를 억압해야 하는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하는 경쟁제한 행위는 막아야겠지만, 그 역시 더 잘 뛰라고 격려해 줄 주체다. 뛰는 무대를 옮겨주면 되는 일이다.

제가 AI로 그린 그림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힘껏 뛰라고 하면 모두가 잘 뛴다. 물론 높이는 각자가 다르다. 하지만 이 높이를 억지로 맞추려고 하면 서로 눈치만 보게 된다. 발전 의지를 잃게 된다.”

―앞서 3대 개혁과 관련해 명확한 청사진과 치밀한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현 정부가 이를 수립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거버넌스(Governance) 신뢰 자체가 떨어진다.

“5년 단임제의 한계다. 여기에 진영 논리로 극한 대립 구도가 만연하다. 원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이 영향을 받는 사안인데, 정권에 따라 정책이 달라진다. 지속가능성이 저해되고 학습 비용만 늘어난다.”

―합의와 정권을 넘어서는 시행 체계를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사회적 논의,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육, 에너지, 국민연금 등 다 최소 30년 이상 영향 미칠 사안에 대해서는 큰 틀의 논의 구조를 잡아야 한다.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세제는 ‘전세’(田稅)였다. 세종대왕이 만들었는데, 당시 6개월 동안 1만4000가구 이상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당시 여론조사를 해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도 충격적인데, 세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민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안을 만들기 위해 6년에 걸쳐서 토론했다고 한다. 그렇게 확정한 제도가 큰 변화 없이 400년 이상 조선 왕조 끝까지 유지됐다. 특히 총선이 임박하면 양당에서 온갖 선심성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검증 없이 일단 해보려는 무모한 낙관론은 지양해야 한다.”

―현안을 묻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는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의 금투세 체제는 외국 주식, 지배주주 투자, 비상장 주식 투자, 상장 주식 투자 등에 대해 각각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이런 다양성을 정리해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큰 변화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PF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를 맞아 정부는 건설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의 차환 지원과 저신용 기업의 P-CBO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지만,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및 부동산 PF 관련 여부에 따라 업종·등급별 채권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자기책임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올해 657조원의 예산안이 마련됐다. 총지출 증가율이 20년 만에 최저인데, 충분한 실탄이라고 보는가.

“불경기 대응과 4월 총선 등에 견줘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는 등 애쓴 흔적이 보인다. 당장은 금단 현상 등으로 저항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작고 유능한 정부를 지향해 민간의 자율·분권·창의·활력을 북돋우는 방향과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51%에 이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재정 준칙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다. 정부의 긴축 노력이 최선이었다고 보나.

“경기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채택한 긴축재정 기조는 미래를 내다본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기대한 만큼 긴축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워낙 재정 지출을 늘려놓은 데다, 국채 이자와 복지지출 등 의무 지출 비율(지난해 53.3%)이 가파르게 올라 예산이 하방 경직성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한꺼번에 바로잡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의무 지출 비율이 2027년 56.1%까지 올라가면 재정건전성 확립이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교육재정교부금과 복지지출 등 의무 지출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복지 지출 구조조정을 말했는데, 역진이 가능한가.

“역진은 어렵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차츰 비중을 낮춰나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시행한 정책을 뒤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예산 증가율 대비 낮게 인상하거나 동결하는 방식으로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

핵심은 더 이상 복지를 늘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더 이상 새로운 걸 만들어선 절대로 안 된다. 빼야 할 거품은 빼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했던 전 국민 재난 지원금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시혜성, 선심성 지출은 다시는 해선 안 된다.”

―장관 시절 경제 상황을 야구에 비유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현 상황을 비유하자면.

“퓨처스리그에서의 눈부신 활약(압축 성장)으로 2군(개도국)에서 1군(선진국)에 콜업 됐지만, 2군에서의 성공에 안주하는 팀 같다. 집안 갈등이 불거지고, 기량 발전이 없어 신흥국에 밀려 다시 퓨처스리그로 강등될 위기라고 본다. 한국프로야구(KBO)는 강등제가 없으니, 프로축구가 더 맞는 비유인 것 같다.”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 팬인가?

“지난해 손아섭 선수가 NC 다이노스로 팀을 옮기면서 응원하는 팀도 롯데에서 NC로 갈아탔다. 손아섭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으로 일류 자리에 오른 선수이지 않나. 에이징커브(노화에 따른 실력저하)의 위기도 잘 넘겼다. 개인적인 ‘인재관’도 그렇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하는 사람을 더 뛰어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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