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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뉴스룸] [집중분석] 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 문재인의 정치적 방패막이?
 
2020-01-03 13:33:35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염원했던 공수처,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만들었는데....

“공수처, 文 정권 수사에 대한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 할 수도”

⊙ “공수처 설치되면 문재인 측근들이 잘못했을 때 잡아넣을 수 없다!”
⊙ ‘?정치적 중립성 가진 독립기관 공수처’는 실현 가능한데, 검찰은 왜 안 되나?
⊙ “고위 공직자 수사는 ‘미행·감청’ 필수… ‘사찰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
⊙ “공수처장이 대통령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
⊙ “‘충견’ 검찰 부리면서 ‘맹견’ 새로 만들겠다니… 공수처는 ‘민변 검찰청’ 될 것”
⊙ “공수처 악용 위험 매우 커… ‘정권’은 양손에 검찰과 공수처 들고 전횡 일삼을 수도”


  이른바 ‘공수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공수처는 문재인(文在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이 고위 공무원 비위 수사를 전담하는 기구로 신설하고자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의 약칭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野) 3당은 ‘공수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하고, 해당 안건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각 특위는 이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철회할 때까지 장외투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하고, 전국을 돌며 ‘헌법수호,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


  황교안(黃敎安)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문재인 정권의 측근들이 잘못했을 때 잡아넣을 수 없다”며 “‘내 사람’은 무슨 죄를 저질러도 공수처로 지켜주고, 말 안 듣는 사람은 공수처가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羅卿瑗)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가) 이 정권의 칼이 되고, 이 정권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겠나.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이 공수처,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따졌다.
 
  ▲헌법수호 ▲독재타도 ▲사법부 장악 등 ‘공수처 논란’에 등장하는 표현들을 보면, 지금 대한민국은 더불어민주당이 그토록 성토하는 ‘박정희 정부’ 또는 ‘전두환 정부’ 당시를 연상케 한다. 자유한국당은 왜 ‘헌법’까지 언급하며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 기구’라는 ‘공수처’를 반대하는 것일까. 


  ‘공수처 설치’ 주장은 1996년 11월 7일,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하면서 최초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서 한동안 정치권이 떠들썩했던 시기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 27일,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 연설에서 “각종 게이트 사건은 대통령 주변 인물과 고위 공직자들이 특권의식과 반칙의 문화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어두운 권력문화, 뿌리 깊이 남아 있는 특권의식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국면에서는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놨다.
 
  노무현 정부는 ‘공수처 설치’ 추진을 위해 ‘정부안’을 발의(2004년 11월)했다. 임기 초반 소위 ‘검사와의 대화’ 이후 검찰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반발에 직면했다. 송광수(宋光洙) 당시 검찰총장은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국가 기강 문란 행위’라고 대응했다.
 
  2005년 3월 21일, 당시 퇴임을 앞둔 송광수 검찰총장은 “공직자 부패문제는 기구를 늘린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수처 설립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대입장을 다시 분명히 밝혔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20일, “검찰이 ‘제도 이상의 권력’을 갖고 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내놓을 것은 내놔야 한다”며 “이것을 일찍 수용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다가는 일도 즐겁지 않게 되고 마지막에는 불명예스러운 이름만 남기게 된다”고 압박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현 국회의장)도 “수사를 하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검사와 판사들이 벌벌 떨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공수처 설치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한나라당이 반대했고, 노 대통령 측근 실세(안희정·염동연)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공수처 신설’을 강행할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한 검찰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 “공수처 설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면 국회의원을 빼고서라도 제도 개혁을 했어야 옳았다”고 썼다.
 
  이후에도 공수처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부활’해 매회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 때까지 계류하다가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그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본격적으로 ‘공수처 설치’가 재추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 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불발이 그렇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1일,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수처의 조속한 법제화를 위한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당시 홍준표(洪準杓)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금 있는 검찰도 충견처럼 부리고 있는데 더 사납고 말 잘 듣는 맹견 한 마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공수처 설치 계획을 비판했다.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운영 법률안’은 2개다. 기존 발의안과 정부안을 종합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권 의원 발의안의 골자는 기존 백 의원 발의안의 내용에 ▲국회 ‘동의’에 따른 공수처장 임명 ▲공수처 검사 임명권을 대통령이 아닌 공수처장에게 부여 ▲기소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한 기소권 행사 등을 추가한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큰 틀에서 두 법률안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의중이 담긴 백 의원의 법률안을 중심으로 ‘공수처 논란’을 살핀다.
 
  노무현 정부 당시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찬반양론의 논거들은 현재 ‘공수처 논란’에서도 그대로 재등장한다. 십수 년 전 정치권을 흔들었던 논쟁이 재연되는 셈이다. 공수처 설치를 추진하는 쪽의 입장은 간단하다.
 
  백혜련 의원은 “고위 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기 위한 독립된 수사기구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공수처 설치·운영으로) 고위 공직자의 범죄와 비리행위를 감시·척결해 국가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인다”고 그 목적을 밝혔다.
 
  해당 법률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권은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행정기관 등의 정무직 공무원(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 포함)과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검찰총장과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 ‘고위 공직자’ 7000여 명과 그들의 가족(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대통령은 4촌 이내의 친족)이다. 이 중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反부패 기관’은 기소권 없어
 
  공수처 설치 반대 측은 ‘공수처 설치·운영’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상기 ‘공수처 설치·운영안’엔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공수처의 독립성’이 명시돼 있다. 이는 공수처가 정부(행정부), 국회(입법부), 법원(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서 수사·기소권을 행사하는 걸 의미한다. 이를 두고 반대 측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수처를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과 ‘의회통제의 원칙’ ‘정부구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공수처는 정부나 국회, 법원이 통제할 수 없는 기관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공수처 찬성 측은 행정·입법·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국가기관 ‘국가인권위원회’를 예로 들며 공수처 설치·운영의 합헌성을 내세우지만, 이를 근거로 ‘독립 사정기관 신설’을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침해 사실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는 기관이므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힘’ 자체가 없다.
 
  이와 달리 공수처는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등을 지닌 사정기관이다. 현재 법률안이 법률로 제정되고 그 취지대로 시행된다면, 공수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인데도 통제는 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된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으로 일정 부분 통제 가능한 검찰조차도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불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통제 불가한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간과하긴 쉽지 않다. 물론 이는 공수처가 확실하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됐을 때를 가상해서 얘기한 것이다.
 
  참고로, 백혜련 의원이 ‘성공 사례’로 법률안에 예시한 홍콩의 반(反)부패 수사기관 염정공서(廉政公署)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은 각각 행정장관과 총리의 직속기관이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수처와 달리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다.
 
  공수처를 대통령 또는 법무부 직속으로 설치·운영한다면,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엄하게 다스리기 위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독립된 반부패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공수처 설치 주장’의 핵심 논거는 힘을 잃게 된다. 법무부 소속기관으로 전문 수사 조직인 검찰이 있는 상황에서 각종 논란을 무릅쓰고 예산을 써가며 행정부 안에 ‘유사 검찰 조직’을 또 둬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특정 신분을 가진 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두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박영수도 ‘공수처 반대’


  공수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명칭만 보면 모든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고, 기소할 듯하지만 실제 기소권은 범죄 혐의가 있는 법관, 검사, 경찰관에 한정돼 있다. 보통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핵심과 국회의원의 비위가 국민적 분노를 유발하고, 해당 행위 관련 수사와 처벌 과정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 설치·운영의 실효성을 장담하긴 쉽지 않다.
 
  제한적인 수사 가능 대상으로 인해 ‘무늬만 공수처’일 뿐, 실상은 ‘초법적 사찰기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새로 설립된 공수처는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존립 가치를 수사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제한된 수사 대상 안에서 조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수사 대상자에 대해 사찰 활동을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바꿔 말하면, 공수처가 범죄정보 수집이란 명목으로 수사권이 미치는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 인사, 군과 국가정보원 등 국가안보 핵심 인사,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검찰총장·검사 등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박영수 변호사도 2010년 5월 15일 언론 기고를 통해 같은 우려를 했다. 다음은 그의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별도의 사정기구가 필요하다는 논거다. 공수처 설치는 결국 국민이 선택할 일이지만 오랫동안 수사에 몸담았던 필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략) 수사 대상이 고위 공직자로 제한되는 공수처는 뇌물을 준 사람을 먼저 수사하지 못하고 뇌물을 받은 고위 공직자부터 수사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행과 감청이 필수적이다. 수사 대상자에 대한 미행과 감청을 일삼다 보면 범죄 정보보다는 사생활 정보를 축적하고 그 정보를 남용해 수사에 활용하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과거 ‘사직동팀’을 두고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정치사찰 기구니, 표적수사 기구니 하고 비판했던 걸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사찰기구로 변질될 수 있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통령이 통제 가능한 공수처는 안 된다”
 
  법률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 중 핵심 사안은 ‘공수처 조직 구성’이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공수처는 ‘헌법’이 규정한 ‘권력분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정권의 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법률안에 따르면 ‘3년 단임’으로 명기된 공수처장은 국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국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위원장 포함)’은 총 7명이다. 이 중 ‘당연직’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다. 이 밖에 대통령 소속 또는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하고, 기타 교섭단체가 또 2명을 추천한다. 이렇게 구성된 ‘추천위원회’는 ‘위원 5분의 4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즉 위원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 측 추천위원 2명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없다. 한마디로 정부·여당 ‘코드’에 맞는 인사가 아니라면 대통령에게 추천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그렇게 추천된 ‘공수처장 후보’ 2명 중 1명을 또 대통령이 자신의 ‘구미’에 맞춰 지명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도 형식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도 지난 2년간 문재인 대통령은 14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전례를 봤을 때 공수처장의 경우에도 그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해당 법률안에 따르면 ‘3년 단임’인 공수처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 3년(3회 연임 가능)’인 공수처 검사는 최다 23명(검사 출신은 정원의 2분의 1 미만으로 제한)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별도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처장이 제정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해당 인사위원회는 처장과 차장,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장,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협의·추천한 3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해당 인사위원회의 의결 요건은 ‘재적위원 과반수(4명 이상)’다. 정부·여당과 ‘코드’가 같은 공수처장과 차장, 법무부 차관, 여당 측 위원이 ‘공수처 검사’ 전원을 추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수처가 이런 목적 아래 정부·여당 뜻대로 구성된다면, 그 조직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성역’ 없이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통제 가능한 공수처는 안 된다”면서 “‘공수처 설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그의 주장이다.
 
  “강력한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를 대통령이 통제 가능한 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7000명가량을 수사대상으로 한다. 몇 명인지 모르는 국정원 직원을 제외한 숫자다. 가족 관련 범죄까지 포함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대통령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를 악용할 생각이나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은 유한하다. 반면 일단 설치된 국가기관은 영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 설치에 신중함이 필요한 이유다.” (5월 7일, 《파이낸셜뉴스》 기고)
 
 
  “공수처는 ‘민변 검찰청’이다!”


  공수처는 정권 후반기 ‘권력누수(레임덕)’ 시기에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도전’을 원천봉쇄하는 ‘방패’가 될 수도 있다.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자신의 직속기관인 공수처로 하여금 검찰·법원을 견제하게 해서 집권 후반기 들어 대통령이나 주변의 위법행위에 가차 없이 칼을 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대 성향을 가진 정권이 들어설 경우 이전 정권이 임명한 공수처장과 차장, 검사들이 ‘고위 공직자 수사권’을 정치 공세 수단으로 악용해 새 정권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4월 30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출간물에 기고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에 대한 검토’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법안에서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임명 절차부터 정치적 색채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 공수처는 근본적으로 정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 임기 내에 정권과 이해를 같이하는 인사들로 공수처가 출범되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독립성 보장을 이유로 사퇴를 거부하면서 수사를 이유로 끊임없는 정치적인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검사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인사조치를 통해 교체하면 되는데 공수처는 독립성 보장을 이유로 공수처장 3년, 공수처 검사는 최대 9년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어 문재인 정권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확실한 정치적 대못을 박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략)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수처가 검찰, 경찰에 대해 사건 이첩 요청권이 있고 검찰과 경찰은 의무적으로 이에 응하여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 수사에 대한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검사 출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3월 7일, 이와 관련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통해 “공수처는 ‘좌파 민변 검찰청’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공수처 설립이 이뤄질 경우 정권과 이념 성향이 유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대거 공수처로 들어가 사정권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뜻이다. 민변이란 단체와 무관하게 특정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변호사들로 공수처가 구성된다면,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과 배치되는 것이다. 다음은 앞서 언급한 홍 전 대표의 발언이다.
 
  “자기(문재인 정권)들은 1%도 안 되는 어용검사들 데리고 보수우파 인사들을 탄압하고 있죠. 그것도 모자라서 공수처 만들어서, ‘민변 검찰청’ 하나 더 만들어서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자기들이 나라의 사정기구는 장악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그게 민변 검찰청이냐? 공수처는 검찰을 못 믿어서 검찰 위에 이 나라 권력기관 사람들을 새로 전담수사하는 기관을 만들자는 겁니다. 그 공수처 임명은 대통령이 합니다. 그럼 공수처에 들어가는 인원은 대부분 변호사로 선발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공수처의 직원이 됩니다. 그럼 이 정권에서 ‘좌파 변호사’ 출신들을 대거 공수처에 집어넣어 놓겠죠. 그럼 정권이 바뀌어도 공수처는 건드릴 수 없습니다. (중략) 정권 넘어간 뒤에라도 자기들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 ‘좌파 민변 검찰청’인 공수처까지 만들려고 합니다. 참, 기가 막힌 정권입니다.”
 
 
  ‘신분 보장’된 공수처 검사 견제 수단 마땅치 않아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법률안에 따르면 국회의 공수처장 출석요구와 탄핵 소추 의결,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전부다.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공수처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공수처장과 차장, 검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예산과 조직 규모, 축적된 수사기법 등을 감안했을 때 공수처의 수사 능력은 검찰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공수처에 ‘수사 전문성’을 갖춘 이들로 채우는 게 당연하겠지만, 법률안이 명시한 공수처 조직 구성원의 자격 요건은 이와 거리가 있다.
 
  공수처장의 경우 그 자격 요건은 “판사와 검사, ‘공공기관 법률 사무 종사’ 또는 ‘대학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이다. 차장은 ‘재직 기간 10년 이상’인 점만 처장과 다를 뿐이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정기관인데도 해당 조직의 처장과 차장의 자격 요건에 ‘수사 실무 종사 경력’은 언급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변호사’를 처장과 차장으로 앉히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도 마찬가지다. 법률안에 따르면 10년 이상 재판, 수사, 조사 업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 자격 보유자만 공수처 검사로 인사위원회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언급한 김종민 변호사는 ‘조사’의 정의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는 ‘조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극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근무한 변호사를 염두에 둔 규정이 아닌가 추측된다. 수사의 전문성과 상관없는 조사 업무를 담당했다고 공수처 검사 자격을 주는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굳이 하겠다면 ‘조사’의 구체적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률안 제8조 1항은 공수처 검사 중 검사 출신은 공수처 검사 정원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도 의문이다. 특별수사기구를 만들려면 최고의 전문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공수처 검사의 절반을 수사의 전문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로 채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악용될 경우 ‘국헌문란’ 수단 될 수도
 
  요약하면 공수처 설치·운영은 ‘독재’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삼권분립 원칙’을 거스르고 공수처의 수사·기소권을 무기로 삼아 입법부와 사법부의 대정부 견제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해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문란’에 해당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이 같은 부작용까지 감수하면서 공수처를 설치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고위 공직자 범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일까.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독립적인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한다.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를 만드는 게 실현 가능하다면, 이는 거꾸로 ‘공수처 무용론’의 핵심 논거가 된다. 검찰이라고 해서 같은 방향으로 ‘개혁’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앞서 살핀 ‘공수처 설치’의 문제점이 정리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요약한 것이다. 여당 소속인 금 의원은 4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면서 이와 같은 글을 올렸다.
 
  〈저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합니다. 만일 설치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개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큽니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첫째는 공수처 설치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권력기관인 사정기구를 또 하나 만드는 데 반대합니다. 또 다른 특별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은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정한 직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를 수사 및 기소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습니다. 굳이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도를 만들어서 실험할 필요가 무엇입니까?
 
  세 번째 이유는 사정기관인 공수처가 일단 설치되면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수처가 만들어지더라도 청와대가 악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도는 선의를 기대하고 설계해서는 안 됩니다.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분들은, 검찰 외에 공수처가 있으면 서로 경쟁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할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는 조직 원리를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중심제 국가입니다. 권력기관들은 본질적으로 청와대를 바라봅니다. 역대 정권은 검찰 하나만 가지고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습니다.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면 이제 양손에 검찰과 공수처를 들고 전횡을 일삼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이라 정권에 충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수십 년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게 하는 데 실패해왔는데, 무슨 기발한 방법이 있어서 공수처는 그런 착한 기관으로 만들 수 있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이 있다면 기존 검찰을 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으로 만들지 않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합니다. 이런 권력기관을 만들려면 최소한 깊이 있는 토론을 벌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으로 얻으려는 목표에 투철해야지 특정한 제도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부작용만 불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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