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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2020 에너지 석학 대담] 한국 에너지산업이 가야할 길, "에너지정책, 장기적 호흡 필요"
 
2020-01-03 11:32:09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에너지정책, 정치적 이벤트와 독립적이어야"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 에너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요소 두가지는 폐쇄적 에너지"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장기적 경기 침체에다 일본의 수출 규제,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에너지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전의 경영 수지 악화에 따른 부채 증가와 누적 적자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과 요금체계 개편 등이 꾸준히 화두에 올랐었고 가스는 직수입을 통한 개별요금제 시행 논란, 신재생은 제도. 정책의 미비와 수용성 미흡등 지나친 규제로 기대 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적지않은 부침을 겪었다.

그렇다면 경자년 새해의 에너지산업 전망은 어떨까?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와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의 석학 신춘대담을 통해 2020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을 조망해 본다.<편집자 주>


△ 전력 에너지원 전환 


손양훈 -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골격은 에너지믹스를 바꾸자는 것이다. 원전, 석탄을 줄이고 천연가스, 마꾸자는 게 대전환의 핵심내용이다. 취지를 이해할 수 있고 미래 방향이 신재생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하지만 실제로 시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실제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발생한 문제들을 평가하고 미래 솔루션을 찾는 게 첫 번째 이슈다.

조성봉 - 부작용은 많다. 코스트가 올라갔다. 원전 대신 석탄발전소를 가동해서 미세먼지가 거꾸로 늘어난 경우도 있다. 전기요금도 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는 원전에 대해 합리적 판단보다는 이데올로기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운동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 

손 - 동의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원전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합리서에 의문이 크다. 

조 - 이미 결론을 짓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갖춰서 가고 있다. 순서가 잘못됐다고 본다.  

손 - 저도 많이 동감한다. 원전과 석탄은 기저발전이었고 핵심적인 생산수단이었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을 펴면서도 전기요금을 2년 동안 묶어버렸다. 그 사이 국제유가는 급변했다. 10조 원 단위 흑자를 내던 한전이 현재 2배 이상 적자를 내고 있다. 이게 과연 지속가능한 방식인가에 대해 우려가 있다. 적자와 부채가 늘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조 - 제 생각은 단순하다. 사실은 MB 때도 모토는 녹색성장이었다. 큰 흐름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 때도 환경에 대해서 전력의 수요를 관리 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저는 환경과 기후변화 등을 생각하면 반드시 전기요금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MB 때도 녹색성장한다고 드라이브 걸었지만 결국 요금을 안 올렸다. 요금을 안 올리니 환경도 정책도 다 놓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무엇을 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

손 -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정하기에 앞서 요금 부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펴다 보니 설득력이 없고 추진 자체도 어려움이 있다. 

조 -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시작은 1·2차 오일쇼크 때였다. 그때 정부의 가장 큰 정책은 절약이었다. 그래서 나온 법이 에너지합리화법이다. 가격을 묶어두고 어떻게 하면 절약할 수 있을지 모든 법을 다 동원하는 법이다. 에너지합리화법을 살펴보면 등록, 관리, 지정, 신고, 자격, 사후관리, 인증, 벌칙 등이 나온다. 해당 내용이 전부 가격을 올리지 않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역할만 늘어난다.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정책도 이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흐름은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문제가 논란이 되면 경유가격, 기름값을 올리면 된다. 가격으로 조절하면 되는데 정부는 다른 방식만을 취한다. 전기요금 안 올리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석탄발전소를 줄이면 가스발전소를 더 늘려야 된다. 가스는 비싸다. 발전비용은 올라가는데 전기요금은 올리지 말라. 무슨 논리인가. 결국은 한전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결국 그것은 국민 몫이 아닌가. 

손 - 당시에는 절약만큼 좋은 게 없었다. 그 당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절약이 생산이다’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조 - 실제 예전에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서 LH공사가 됐다. MB 때 빚이 너무 늘어나니까 결국 세금으로 갚았다. 사용한 사람이 내야 되는 돈을 그 사람이 아닌 국민 모두가 N분의 1로 내는 것이 합당한가. 

손 - 세대 간 문제도 있다. 지금 지불하지 않으면 후대에서 부담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탈원전으로 적자가 발생한 게 아니다’, ‘국제 유가가 인상됐고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탈원전과 한전 적자를 분리해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 - 다 탈원전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긴 그렇다. 그러나 원전 문제가 일부 있지 않겠나. 정부나 한전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손 - 당장 원전 가동률이 많이 떨어졌다. 원전이 안 돌아가는 시간 만큼 석탄과 LNG 발전으로 가동한다. 그만큼 발전요금이 상승한다. 현 정권 첫 한해동안 유가가 대폭 상승했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석탄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화석에너지 발전소를 돌리는 바람에 한전은 큰 고통을 겪었다. 유가를 상승분 만큼 원전을 돌려서 위기를 넘겨야 하는데 그때 원전을 가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가가 올라간 여파를 그대로 당했다.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은 믹스 전환 때문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탈원전과 관련해 원전 생태계 문제가 언급된다. 원전이 운영되는 데 설계, 연료공급 등의 기능을 하는 700여 개 회사가 있다. 가장 큰 회사는 두산중공업이다. 이러한 회사가 굉장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원전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되면서 앞으로 60년을 목표로 하는 탈원전 정책이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 - 원전은 전기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인프라가 있다. 물적 인프라도 있지만 휴먼 인프라도 있다. 벌써 원자력공학과에 아무도 안 가지 않느냐. 졸업생도 없어지고 있다. 미국은 인재풀이 없다. 반면 우리는 젊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것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노하우와 디테일이 필요해서 많은 인재들이 동원돼야 하는데 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손 - 원자력공학과에 아무도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진학률이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인재가 해외로 떠나거나 기술이 유출되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

조 - 한국은 한순간에 원전을 중단했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을 애써 개발했고 국제적으로 기술을 인정 받았다.해외 수출길이 활짝 열렸다.그런데 새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해 버렸다.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찬스에 이렇게 되니 너무 아쉽다.

손 - 물론 과거처럼 원전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원전 생태계 보전과 생산 방식 유지를 위해 정책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왔다. 그렇지만 반영이 안 되는 상태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도 국민들은 원전 재개를 지지했다. 그럼에도 원래 기조대로 탈원전을 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미세먼지라는 폭탄은 피할 마땅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석탄발전, 디젤 등도 문제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산업단지에서도 미세먼지가 배출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원자력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기후변화 대응 문제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BAU(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는 안을 제시했다. 10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로드맵, 계획이 나와있어야 한다. BAU 대비 37%를 적게 배출하겠다고 약속할 당시에는 공격적인 원전 건설과 포션을 생각하고 말한거다. 원전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다.

조 - 우리나라 발전원은 3개 트로이카 체제로 볼 수 있다. 석탄, 원전, 가스다. 석탄은 글로벌 추세로 안 하겠다 하고, 가스는 감당할 수 없다. 미세먼지를 커버하려면 할 수 없이 원전으로 가야 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다. 에너지산업은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1·2차 오일 쇼크 때도 가장 큰 발전원이 중유였다. 비중이 80%가 넘었다. 에너지를 다변화해서 중유 비중을 낮추기 시작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떨어진 게 아니다. 1990년 다 돼서야 겨우 안정됐다. 에너지 기반의 변화는 20∼30년 간의 긴 기간이 걸린다. 로드맵을 그리진 않고 단기간에 정권 내에서 해보겠다는 사고방식은 너무 정치적이다.


△ 셰일 무드 혁명과 개별요금제 


조 - 가스는 미국 셰일혁명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 러시아, 이란, 호주에서도 가스가 나오며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옛날의 장기계약에서 현재 계약기간이 짧아지고 당사자들이 많아지는 등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물동량 자체가 커지니까 사람들이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래서 굉장히 유연해졌다. 직수입자들이 다양한 루트로 다양한 조건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손 - 우리로서는 천연가스를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기후문제, 미세먼지 문제에 다른 에너지 대안이 없으면 천연가스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 맞게 우리 에너지 시스템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최근 직도입을 통해 더 저렴하게 가스를 도입하겠다는 합리적인 사업자들이 있는데 이는 당연하다. 

조 - 기존에는 가스공사가 모든 장기계약건을 도입해서 도시가스로도 팔고 평균요금제로 팔았다. 직수입자들이 개별적으로 발전사업자에 접촉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팔기 시작하니까 가스공사가 발전용 LNG를 공급하기 어려워졌다. 도시가스를 너무 저렴하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발전용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공급해 왔다.

손 - 도시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했다기 보다는 설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도입 초기에 보조를 한 것이다. 유예기간을 주자는 의미에서 저렴하게 준 것이다. 이제 다시 제대로 된 가격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 - 말씀처럼 도시가스 망이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확충된 나라가 없다. 초기에는 서울 몇 군데만 됐었다. 10년 만에 전국적으로 도시가스 공급망이 퍼졌다. 굉장한 속도였고 그 속도의 이면에는 도시가스를 저렴하게 해줬다는 정부의 정책이 들어가 있다. 그것을 이제 서서히 완화해야 할 때이다. 

또 하나 문제는 개별요금제를 가스공사가 실행하겠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직수입계약을 해야 되는데 정부의 방안이 너무 추상적이라 입찰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개별요금제를 많은 발전사업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개별요금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등을 확실히 해야 한다.  

손 -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있어 정부가 연말에 개별요금제를 시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내년부터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별요금제를 도입하게 되면 가스공사로부터 평균요금제를 제공받는 대상과 직도입하고 있는 대상 간 굉장한 요금 차이가 발생한다. 가스를 이용해서 전력을 만들 때 연료비에 따라 가동 순서를 정한다. 가장 저렴한 연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먼저 가동한다면 가동 순서는 직도입, 개별 요금제, 가스공사와 평균요금제 적용 사업자 순으로 가게 된다. 가스공사도 스스로가 자기의 사업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2020년 개별요금제가 시행되면 굉장히 복잡해 질 것이다. 굉장히 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폭발적인 이슈가 잠재화된 상태에서 진행될 것이다. 2025년 이후 오만,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이 가스공사를 통한 LNG 장기계약이 끝난다. 가스공사 입장에는 내년이 핫한 타이밍이다. 2020년부터 여러 수속을 밟다가 2025년에 도입되는 것이다. 내년은 가스공사의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기대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 정부의 가격 규제와 폐쇄적 산업구조 


조 - 사실 가격 안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국내 배관망 가격 등 모든 것이 다 묶여서 들어가 있다. 그런데 직수입자들은 그런 요금이 다 잘라져 있다. 이른바 모든 것이 묶여 있는 가격이 아니라 수직적 분해가 일어난 것이다. 이쪽은 (분해가) 일어났는데 저쪽은 아니다. 가스공사가 파이널 가격만 제시하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하는 분업의 정도는 시장규모에 달려있다. 에너지 용선값, 배관 사용가격 그런 게 다 들어가 있다. 전력시장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최종 값만 알려줬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 송전망 빌리는 값, 접속료 등이 분해됐다. 전력시장이 유럽에서 서로 맞물리니까 시장 규모가 커지지 않았나.  

그러니까 예전에는 장기구매계약에 의해 결정되던 것이 규모가 커짐에 따라 언번들링 되는 거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가스시장의 상당한 구조변화, 언번들링, 수직적 분해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생각한다. 

손 - 개별요금제와 관련해서 논란의 핵심은 전력시장이다. 전력거래 방식이 이전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원료를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따라 경영성적이판가름난다. 발전에서 75%는 연료, 25%가 나머지 설비와 경영효율 등이다. 아무리 경영을 효율성 있게 해도 75%에 해당하는 연료를 잘못 도입하면 패자가 되는 게임이다.

조 - 가장 큰 문제는 소매전기요금 규제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규제하니까 산업부는 한전의 전력 구입에 따른 적자를 메워주려고 한다. 돈은 투입되는데 전력시장에서 구입비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결국 전력시장 규칙이 왜곡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산업구조다. 예전과 똑같이 발전사업만 하고 판매경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규제와 산업구조다. 이 둘을 정부가 다 규제하고 있다. 시장 자체가 진화되지 못하고 발전이 안 되는 것이다. 

손 - 현 정부는 개혁과 구조개편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상당기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일본 사례를 중요시 하고 싶다. 수직계약된 독점 사업자가 불과 15년 전 얘기다. 이런 식으로 전력을 운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OECD 국가 중에 이렇게 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었다. 현재 일본은 소매경쟁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자율화 됐다. 정책이 성공했고, 상당히 진화했다. 한때는 한국은 일본보다 전력정책을 앞서서 해왔는데 뒤처져서 안타깝다. 

조 - 이젠 역설적으로 가장 큰 변화의 원인은 동일본대지진이라고 본다. 동경전력이 당시 파산했다. 경쟁도입과 구조개편에 가장 큰 저항세력이 동경전력이었다. 동경전력이 없어짐과 동시에 급속도로 진행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판매경쟁 등이 취약하다. 2016년 폭염이 왔을 때 누진제 논란이 있었다. 그때 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검침원이 언제 오느냐에 따라서 요금이 바뀐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손 - 내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가정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큰 사업체는 다르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신재생과 천연가스에 맡기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 산업용도 스스로 발전소를 짓자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이른바 자가발전이다. 하이닉스 등에서는 자가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대세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직거래다. 직접 협약해서 전력사와 상관 없이 소매 계약을 할 수 있다. 현행법으로 이 둘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소매계약을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도입됐으면 한다. 

조 - 지금까지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요금도 잡는 등의 에너지정책을 했다. 그러나 이젠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하려는 데서 벗어나서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로드맵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나갈지 고민해야 되는데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때다.


△ 시장 자율적 전기요금제 없이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성공 불가능


손 - 신재생에너지 얘기를 많이 한다. 화두이고 정부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낙관적 견해가 있는 반면 부정적 견해도 있다. 그리드패리티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게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까 하는 의문이 있다. 

조 - 신재생은 코스트, 계통, ESS의 문제가 있다. 그런데 ESS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단계다. 과연 신재생이 우리가 기대했던 효과를 가져올지 고민해봐야 한다. 또 하나 신재생으로 인해서 피크 자체가 변화했다. 세대가 바뀌면 젊은 세대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피크 자체가 저녁으로 몰릴 수도 있다. 그러면 캘리포니아의 Duck Curve(태양광 발전 증가로 일출∼일몰 사이 순부하량이 급감)처럼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손 - 경제적 컨디션 문제도 있지만 최근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반대다. 그리고 계통연결이 어렵다. 크고 집약된 발전소는 선 연결이 간단하지만 작은 발전소를 여러 개 연결하는 것은 고도의 작업이다. 

조 - 외국에서 신재생을 도와주는 시스템 중 하나가 전기요금의 자율성이다. 미국은 하와이주가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다. 하와이는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이기 때문에 수입을 해야 한다. 전기요금이 우리나라 3배 이상 된다. 1㎾당 300원이다. 풍력 120원, 태양광 170원 하면 충분히 된다. 신재생이 경제성이 나오는 것이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신재생을 설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전기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제주 전력이 사실은 육지보다 비싸야 되는데 동일하다. 그럼 제주도에서 신재생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손 - 현재와 같은 상태로 가게 되면서 REC가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 10만 원 이상 받던 REC 가격이 뚝 떨어져서 경제성이 없다. 태양광발전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데 운영 등을 나중에 감당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조 - REC, 배출권거래 논의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손 -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안정적인 에너지에 대한 대안이 아니다. 대안이 되려면 신재생에너지가 원전과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들고 와야 한다. 원전과 신재생은 서로 보완하면서 기술을 발전시켜 가야 한다. 

조 - 최근 해외에서 RE100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한 문제는 산업구조와 관련이 있다. 전력시장에서 녹색시장이 따로 열리든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유일한 방법이 자가발전인데 태양광으로 어떻게 반도체 자가발전을 하겠나.

손 - 한전이 RE100용 고가 그린요금제와 일반 요금제를 만들면 된다.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신재생에너지가 지금은 다소 비싸지만 그렇게 해야 시장이 늘어나는 것이다. 요즘에는 RE100 대신 원자력을 포함한 카본프리100 움직임이 있다. 기존 전력시스템, 꼭 보호해야 할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파괴부터 하는 것은 곤란하다. 과학적으로 무엇이 효율적이고 경제적 문제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수소야 말로 깨끗한 에너지원이다’ 라는 얘기를 하는데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아니라는 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도 많은 돈을 수소자동차, 연료전지에 투자할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조 - 수소는 딜리버리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경제성이 문제가 된다. 또 수소이동차량, 파이프라인 관련 논의가 상당히 취약하다. 개인적으로 에너지 코스트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는 딜리버리다. 전기는 빛의 속도로 딜리버리돼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다. 독일은 모든 에너지를 전력으로 다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수소는 자체 메커니즘의 문제는 없지만 딜리버리 문제가 있다. 

손 - 딜리버리도 문제지만 수소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정유공장, 석유화학공장에서 5만 톤의 부생수소가 나온다. 그 정도 규모로는 전국적인 딜리버리 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보다 더 많으려면 수전해, 천연가스 개질 등을 해야 한다. 수전해를 하려면 엄청난 전기가 들어간다. 천연가스로 개질하는 경우에는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가격 문제가 심각하다. 수소가 미래 저장, 이동수단인 건 사실이지만 사업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문제가 있다. 내년에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 같다. 

조 - 규제가 문제라고 본다. 규제가 심해서 너무 어렵다. 시금석 중 하나는 어떤 걸 하나 드라이브 하기 보다는 마켓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거다. 연료전지, 태양광, 수소 등이 마켓테스트를 뚫을 수 있을까? 반면 원자력은 마켓 테스트를 통과한 발전원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을 막은 상황이다. 

손 - 오히려 과학적 사실이 문제라고 본다. 수소를 연구하는 사람, 사업하는 사람 말만 들을 것이 아니다. 10∼20년 이상 연구·개발 후 경제성이 확보됐을 때 투자해야 한다. 현재는 투자를 재검토 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에 가시적 성과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산업용 소매경쟁을 풀어나가는 방안은 어렵지 않고 실현 가능한 일이다. 국가가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보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천연가스 개별요금제는 간단하지 않은데 밀어부칠 것 같다. 해외시장 변화도 뚜렷하게 바뀌었다.

조 - 해외 시장의 변화에 잘 적응해야 된다. 

손 - 4월에 총선이 있다. 에너지는 정치적 이벤트와 상관이 없어야 하는데 거기에 따라 정책이 묶여 있기 때문에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배출권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 기업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도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다. 전력거래소 입찰 시 배출권을 포함해서 입찰하라 하는 것도 기업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의 얘기들을 뒷전으로 넘겨 버렸다.

조 -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을 갖고 20∼30년을 내다보는 것이다. 에너지정책에 장기적 호흡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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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7 [안동] 김형동 의원,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진단·당면 과제 토론회 개최 23-03-09
2066 [경상메일신문] 尹정부 노동개혁 방향 진단…당면 과제 모색 23-03-09
2065 [브릿지경제] 자유기업원, 김형동 의원과 ‘尹정부 노동개혁’ 방향 짚는다 23-03-09
2064 [경북도민일보] 尹정부 노동개혁 진단·방향 모색 23-03-09
2063 [참세상] 국가정보원의 집행검 ‘국가보안법’ 23-03-09
2062 [조선일보] 강성진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지금은 저강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물가부.. 23-02-13
2061 [서울신문] “국회도서관, 국민 역량 개발 도움 될 지식정보 플랫폼 역할 할 것”[박.. 23-02-13
2060 [서울경제] “에너지 위기 장기화…전기료 더 올리고 다소비문화 바꾸는 기회로” [청.. 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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